국문 필사본. 1책. 낙질본. 앞 부분부터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본래 상·하 두 권이었으나 하권만 남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내용은 진(晉)나라 때의 충신 조삭(趙朔)의 가신(家臣)으로서 충의대절을 지킨 정영(程嬰)과 공손저구(公孫杵臼, 작품에서는 공손제구로 적혀 있음)의 이야기, 조삭의 아들 조무(趙武)의 설원담(雪寃談)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정영이 부인 두씨, 아이 조무와 하인 충남을 데리고 피신하여 망포령(嶺)의 우산폭포에 이른다. 담운동에 사는 위국출신의 처사 영팽이 맞이하여 영부도군의 지시라며 보살펴준다. 망해령을 넘어 영부동으로 가다가 정영 부처가 절벽에서 떨어져 나무에 걸리게 된다. 망해령 산신과 청화동 성황신이 영부도군의 지시로 나타나 살려주고, 흑수암 용왕도 정영 부처와 아이를 맞아 극진히 우대한다. 드디어 영부동에 들어가니 영부도군이 맞아 함께 안돈하여 지낸다.
이 때 진나라 임금 경공(景公)이 간신 도안가(屠岸賈)에게 가리워 황음하니, 정사가 날로 어지러워진다. 이에 승상 한궐(韓厥) 등 충의대신이 모두 벼슬을 버리고 향리로 돌아간다. 경공이 불시에 병들어 죽자 신하들이 주나라에 볼모로 가 있던 장자를 모셔와 임금으로 추대한다. 어진 신하를 등용하여 나라가 태평을 회복하게 된다.
정영이 영부동에 들어온 지 10여 년에 부인 두씨가 두 아들을 낳고, 조무는 헌헌장부가 되어 영부도군의 가르침으로 온갖 신술(神術)을 배운다. 어느 날 조무가 영부도군과 산에 올라 두 선관을 만나는데, 각각 자신의 아버지 조삭과 공손제구이다. 장희부인을 구하라는 선관의 말을 듣고 돌아와 영부도군과 정영 부처에게서 자신의 내력을 자세히 듣게 된다.
즉, 정영과 공손제구는 조삭의 가신이었는데, 역적 도안가가 조씨 일문을 모두 죽이려 하자 조삭이 두 가신에게 장희부인의 배에 든 아이를 구해줄 것을 부탁한다. 부인이 유복자를 낳으니 한승상이 아이를 빼내 정영에게 주고, 정영은 영부동으로 피하면서, 자기 아들을 조삭의 아이로 속여 제구에게 주어 도안가의 무리에게 죽게 한다.
조무가 비통해하며 원수를 갚기 위하여 정영과 함께 진나라로 들어간다. 진나라의 도공(悼公)이 즉위한 지 10여 년에 나라가 태평한데, 어느 날 조삭 일문의 일을 태후와 승상 한궐에게 물어 알게 되자 역적 도안가를 처치하려 한다. 두 사람이 모두 도공 즉위년에 조삭의 정령이 나타나 15년 후 아들 조무와 정영이 돌아와 원수를 갚게 될 것이니 아직 드러내지 말라고 지시한 일을 이야기한다. 한승상은 진나라에 들어온 정영과 조무 일행을 만나게 된다.
이와 같이, 「정영제구전」은 정영과 공손저구가 보여준 인간으로서 해내기 어려운 충의대절과, 억울하게 죽은 조삭 일문의 원수를 어렵게 살아난 아들 조무가 갚는다는 이야기다. 즉, 중국의 역사적 사실이면서 소설의 소재로 되기에 충분한 이야기를 제재로 하고 있다. 그러나 영부도군·망해령 산신·청화동 성황신·용왕 등 선계(仙界) 인물의 개입이 지나치게 두드러져 전기(傳奇)의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성도 긴밀하지 못하여 작품의 수준은 범상한 정도에 머무른다.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