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국한문 필사본. 필사기는 적혀 있지 않으나 작품 중간에 “경장(更張)이후에 난 양반(兩班)도 쓸ᄃᆡ 업셔”의 구절이나, “근래에 사견법(飼犬法)을 실시하여 개 목에 주인의 번지와 직함을 쓰게 하니, 개를 보고 보국(輔國)대감 행차다, 판서대감 행차다 하며 ‘신문’에서 조소한다.”는 구절이 있는 것으로 보아, 갑오개혁 이후 그것도 『제국신문』과 『황성신문』이 간행된 1898년 이후의 작품임이 확실하다.
작품의 중간에 학자의 위선을 공박하는 내용이나 양반을 모멸하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작자는 중인이나 평민 계층에 속하면서 일정 수준의 지식을 갖추었던 인물로 짐작된다.
고양이의 내력을 설명하면서 “ᄌᆞ셔ᄒᆞᆫ ᄉᆞ실을 알고ᄌᆞ ᄒᆞ거든 소셜에 졍향젼을 보시오.”라고 적는다든가, 가축들이 직함을 갖는 것을 정당화하면서 “별쥬부젼을 보지 못ᄒᆞ얏소 졍승 거북이 이하로 모다 벼살이 잇스니”라고 적은 것에서 작자가 소설을 상당히 애독하였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천태산(天台山) 제일봉 아래에 무수옹(無愁翁)이 방초정(芳草亭)을 짓고 완상하며 지내던 중 춘삼월 보름 즈음에 한 꿈을 꾸게 된다. 꿈에 가축들이 모여 수작을 하는데, 그 중 말이 나서서 자신이 그 가운데 주석(主席)이 됨을 설명하자 모두 인정한다.
말이 자리를 정하고 모든 가축들이 방위를 정해 앉는다. 유독 양이 서 있으면서 전일 친목회에선 자기가 좌장이었다 하니 말이 빈주지례로 예대하자 앉는다.
말이 금수도 인의예지가 있음을 간략히 열거하자, 말·소·개·닭·돼지가 차례로 자기들에게 충·효·신이 있다는 것을 내력으로 들어 장황히 설명한다.
그 때 쥐가 나타나 자랑을 하자 말이 고양이를 시켜 처치하게 한다. 암탉이 남녀동등으로 참예했다가 알을 낳자 모두들 의견이 분분한데, 말이 우충(羽蟲)과 인충(鱗蟲)은 알로 생산함을 설명하고 알을 태극에 비유한다.
말이 모두 관작을 가져 그것으로 칭호하자고 제안하니, 말 자신은 대사마아문(大司馬衙門)의 별장(別將), 소는 전생서 주부(典牲署主簿), 개는 구량첨사(仇梁僉使), 돼지는 제원찰방(濟原察訪), 닭은 서기(書記)에 정3품, 고양이는 초관(哨官), 양은 선생의 직함을 가지기로 한다.
말이 도원결의를 본떠 맹약하자고 제안하여 맹약을 글로 쓴 뒤 잔치를 베푼다. 술에 취해 서로 희학과 풍자의 말을 오래도록 늘어놓다가 파연곡(罷宴曲)으로 시조와 풍월을 한 수씩 창한다.
잠에서 깨어 평소에 충의지심(忠義之心)이 있기에 이런 꿈을 꾼 것인가 의심한다.
작품의 성격은 몽유구조(夢遊構造)의 틀을 이용한 우화 소설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줄거리가 뚜렷하지 않고, 다만 동물들이 번갈아 이야기하는 중에 인간 세태를 풍자하고 작가의 식견과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희문(戱文)의 수준을 크게 넘지 못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장서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