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굼부리’는 제주어로 ‘산에 생긴 구멍’을 뜻한다. ‘굼’은 구멍을 의미하고, ‘부리’는 산꼭대기를 뜻하는 말로, 이를 합친 ‘굼부리’는 산 정상부에 우묵하게 파인 분화구를 가리킨다. 산굼부리는 산 정상에 형성된 함몰형 분화구를 의미하는 제주 고유 지명이다.
산굼부리는 본질(本質) 화산분출물이 지표에 드러나지 않는 특이한 형태의 화산체로, 마그마 분출 후 지하 공간이 비게 되면서 지반이 내려앉아 형성된 함몰 분화구이다. 과거 산굼부리는 넓고 깊은 분화구 형태로 인해 마르(Maar)로 해석되기도 했으나, 마르에서 일반적으로 동반되는 수성 화산분출물이 주변에서 확인되지 않아 수성 화산체로 보기는 어렵다.
산굼부리는 비고가 31m에 불과한 낮은 언덕 형태이나, 분화구의 깊이 132m, 폭은 약 635m에 달해 제주도 백록담 분화구보다 넓다. 분화구 바닥은 주변 지표면보다 약 100m 이상 낮으며, 빗물이 모일 법한 우묵한 지형에도 불구하고 물이 고이지 않는 배수성 지형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산굼부리는 일조량과 지형 여건의 차이로 인해 난대성과 온대성 수목이 공존하며, 약 450여 종의 식물이 자생하는 식물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지형 · 생태학적 가치가 인정되어 197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현재 산굼부리는 독특한 함몰형 화산지형과 풍부한 식생으로 인해 제주도의 대표적인 자연유산 중 하나로 보존 ·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