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언제나 옵니까」 · 「논개(論介)」 · 「봄비」 · 「님이시여」 · 「생시에 못 뵈올 님을」 등 28편의 시와, 부록으로 「상징적으로 살자」 · 「간단한 영국문단의 이야기」 등 산문이 8편 수록되어 있다. 부록이 전체 지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또 내용도 산문인 까닭에, 엄밀히 말해서 순수 창작시집이라기보다는 문집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집의 특징은 서문에 잘 나타나 있는데, 정인보는 서문에서 변영로의 표표하고도 청량한 시심을 칭송하고 있다. 또한, 변영로의 자서를 보면, 변영로가 지향하고자 하였던 시세계는 참다운 ‘조선마음’의 탐구임을 알 수 있다.
식민지 치하에 있어서 조선의 마음은 지향할 수 없는 마음이며, 서러운 마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지향할 수 없는 마음을 진정한 조선의 마음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참다운 조선의 마음 그 진실을 확립하여 식민지 상황하의 민족적 슬픔을 극복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변영로는 1920년대 민족주의 문학파의 일원이었으며, 변영로에게 있어서 ‘조선마음’이란 민족주의 문학파의 조선심(朝鮮心)과 다름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변영로는 이 시집에서 그와 같은 조선마음, 즉 조선심을 ‘님’이라는 실체로 호칭하고 있다. 이 시집에 님이 보편적으로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컨대, 「생시에 못 뵈올 님을」에서 님과의 이별과 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통하여 식민지 치하의 조국을 상징화하고, 또한 「그때가 언제나 옵니까」에서는 우리 민족이 머잖아 상봉할 님을 위하여 고통과 수난을 참고 견디는 순교자적 소명의식을 강조한다.
이 시에서 ‘그때’나 ‘우리 세기(世紀)의 아츰’으로 표현된 때는 님과의 상봉으로 상징된 참다운 조선마음이 확립된 시기, 즉 조국이 광복된 시기이다. 이러한 조선마음은 변영로의 대표시 「논개」에서 논개라는 인물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행동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