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신생활(新生活)』 4월호에 발표되었으며, 1923년 시집 『조선(朝鮮)의 마음』에 실렸다. 3연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왜장을 껴안고 남강의 푸른 물에 뛰어들어 순국한 의로운 기생 논개의 숭고한 정신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 시에서 맨 먼저 떠오르는 인상은 후렴구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그 물결 우에/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그 마음 흘러라”에서 보여주듯이, 푸른색의 대비로 나타난 ‘붉음’의 이미지이다. 이 ‘푸른’과 ‘붉음’의 대비 이외에도 분노와 정열(제1연), 아미(娥眉)와 입술(제2연), 강물과 붉은 혼(제3연) 등의 대비로 형성되어 있다. “논개에게 얽힌 민족적 정서의 감분(感奮)과 그 수사적 · 기교적 배려로 그 내적인 연소와 외적 형태의 균형을 얻었다.”고 한 박두진(朴斗鎭)의 말과 같이, 논개의 숭고한 의분은 자칫 웅변적으로 흐르기 쉬운데 이 시는 적절한 비유어와 율조(律調)로 정감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물결’과 ‘마음’이 ‘푸른’이나 ‘붉음’과 이어지면서 충절의 표상인 ‘단성(丹誠)’으로 상징되기도 한다. 규칙적인 반복의 율조와 형상화의 단조로움은 있으나, 민족적 의분을 안으로 응결시킨 점이 크게 돋보인다. 작자의 초기 시에 나타난 ‘님’이나 ‘그대’의 상징성도 바로 이 논개의 숭고한 민족정신에 집약되고 있는 것이다. 종교나 사랑보다 더 깊고 강한 분노와 정열은 결국 논개를 죽음으로 이끌어 “흐르는 강물은/길이길이 푸르리니/그대의 꽃다운 혼/어이 아니 붉으랴!”라는 결구(結句)에 이르게 된다. 흐르는 강물이 영원히 푸르듯이, 논개의 조국에 바친 민족혼도 영원하리라는 것이다.
이 시는 단순한 감정의 노정이나 영탄(詠嘆)이 아니고, 그러한 감정을 안으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또한 시적 기교의 완벽성을 보이고 있다. 시어 선택이나 반복의 효과까지 의도하여 정감에 호소하려 함은 시적 형상화에 있어서 크게 성공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스스로 희생을 내세운 논개의 정신적 가치를 상징화하고 그 상징화의 수법으로 정신의 상승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