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4월호 『문장(文章)』(통권 3호)에 정지용(鄭芝溶)의 추천을 받아 발표된 첫 번째 작품이다. 1946년 6월 을유문화사(乙酉文化社)에서 같은 청록파 동인 박두진(朴斗鎭) · 박목월(朴木月)과 함께 펴낸 『청록집(靑鹿集)』에도 수록되어 있다.
『문장』의 수록분과 『청록집』의 수록분을 서로 대조해 보면, 3행의 ‘두견의’(전자)와 ‘두견이’(후자)와 같이 『청록집』에 수록하는 과정에서 생긴 오식으로 보이는 미세한 어구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시행의 구성에서는 전자가 14행으로 되어 있는데 반하여, 후자는 18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장』에 수록된 것을 기준으로 5·7·13·14행을 각기 2분하여 『청록집』에서는 총 18행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 작품은 「승무(僧舞)」 · 「봉황수(鳳凰愁)」 등과 함께, 같은 추천작품으로 조지훈의 초기를 대표하고 있다. 전체를 분연(分聯)하지 않고 있으나, 그 내용은 크게 3단락으로 나누어 볼 수가 있다.
먼저 1∼3행까지에서는 시적 화자인 여인의 등장 배경으로서 커다란 고가(古家)를 제시하고 있다면, 3∼12행까지는 고풍(古風)의 의상(衣裳)을 입은 여인의 단아(端雅)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소묘(素描)하고 있다. 자줏빛 호장을 받힌 ‘호장저고리’와 사르르 물결을 치는 ‘열두폭 기인 치마’를 입고 치마 끝에 곱게 감춘 ‘운혜(雲鞋) · 당혜(唐鞋)’를 신고 사뿐사뿐 걸어오는 여인의 아름다운 자태(姿態)를 화폭(畫幅)에 담아놓고 있다.
13∼14행까지는 결미부로서 ‘나는 이 밤에 옛날에 살아’와 같이 작자가 직접 개입하여, 고풍 의상을 한 단아한 미인을 통해 고전미(古典美)에 대한 시인과의 일체감을 나타내고 있다.
정지용은 이 작품의 추천사에서 “매우 유망하다”는 말로 그 장래성을 예단하고, “그러나 당신이 미인화(美人畫)를 그리시라면 이당(以堂) 김은호(金殷鎬) 화백을 당하시겠습니까.”라는 충고도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생활과 호흡’을 바탕으로 한 시적 감동을 주는 시작을 주문하기도 하였다.
‘∼지고’ · ‘∼도소이다’와 같은 종결어미의 의도적 구사뿐만 아니라, ‘부연(附椽)’ · ‘반월(半月)’ · ‘주렴(珠簾)’ · ‘호접(胡蝶)’ · ‘아미(蛾眉)’ · ‘운혜’ · ‘당혜’ 등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것은 조지훈의 시적 주제와 잘 조화되어 상고적(尙古的) 시풍(詩風)을 형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