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연 9행의 시로, 1922년 『개벽』 1월호(통권 19호)에 발표되었다. ‘금(金)잔듸’라는 큰 제목으로 「엄마야 누나야」 · 「부헝새」 · 「ᄭᅮᆷ」 · 「첫치마」 등 10편의 작품도 함께 싣고 있다. 이 가운데 「달맞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2 · 4행 내지 10행 미만의 단연의 시편들이다.
김소월의 작품들은 거의 몇 번의 첨삭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예가 대부분인데, 「금잔듸」도 첫 시집 『진달내ᄭᅩᆺ』(1925)에 실릴 때 몇 군데 수정이 가해졌다. 이 시에는 김소월의 율격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져 보인다. 전통시가나 민요의 율격을 기조로 한 김소월의 시작들이 독자들에게 안정감과 친근감을 주고 널리 애송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김소월은 전통적 율격을 기반으로 하였으면서도 그것을 다양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금잔디」의 첫 3행에서 “잔듸, /잔듸, /금잔듸.”와 같이 기존 3음보의 공식성에서 벗어난 시행법과 거기에 각각 쉼표까지 함으로써, 리듬의 완급을 조정하여 가신 임 무덤 위에 돋아나는 잔디의 모습을 시각화하기까지 한다. 이 분리된 시행이 자아내는 청각과 시각적 조화는 무덤 위에 새로 돋아나는 잔디의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이와 같이, 김소월 시의 형식적 중요성은 고시가나 민요가 지닌 상투적 인습의 율격을 변조시켜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 시대 대부분의 시인들이 서구시의 서툰 모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와 달리 김소월은 전통시가나 민요에서 시적 모범을 찾아 나름대로 변화를 시도하였다.
이 작품의 내용은 극히 간단하다. 가신 임의 무덤가에 와서 새로 돋아나는 금잔디를 보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 죽은 임을 통해서 환기되는 감정은 아무 것도 없다. 시적 자아의 외롭고 서글픈 심경은 함의적인 것이다.
이 시의 핵심부인 “심심산천에 붓는 불은”에서 ‘불’은 일차적으로 금잔디의 모습이겠으나, 임의 뜨거운 사랑이 무덤에서 타오르고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금잔디를 ‘붓는 불’에 비유한 표현이 무척 생동감을 일으키게 한다.
생동하는 봄의 이미지와 가신 임의 무덤을 대응시킴으로써 환기되는 외롭고 서글픈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은 김소월의 초기 시를 일관하는 한국적인 정한과 그 맥락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