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111.1㎝, 가로 60.4㎝. 호림박물관 소장. 지장보살상과 시왕을 한 폭에 그렸다. 상하 2단 구도를 보여 주는 전형적인 고려 불화의 구도를 나타내고 있는 지장시왕 그림으로 베를린동양미술관의 지장시왕도와 흡사하다.
시왕과 사자(使者) 같은 권속이 좌우 대칭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본존인 지장보살을 향하여 펼치듯 구성되어 있으며, 본존을 떠받치고 있다. 권속의 앞줄 중심에는 사자가 묘사되었다. 얼굴을 뒤로 돌리면서 포효하고 있어서 본존과 대칭을 이루고 있다.
본존은 두건을 쓰고 있다. 갸름하면서도 고운 모습으로 이목구비가 단아하고 미소가 어렴풋이 감돌고 있다. 신체도 단정하고 아담하며 오른손은 들었고 왼손은 무릎 위에 놓았다. 오른손은 바닥에 보주(寶珠)를 얹었다고 추정된다.
천의(天衣)도 단정하게 걸쳤지만 왼팔의 옷고리 치레와 W자형 옷주름, 가슴의 화려한 목걸이 등은 14세기 고려 불화의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 옷깃 등에 표현된 화려한 꽃무늬도 금선들이 많이 탈락되었지만다른 고려 불화의 꽃무늬들과 유사하며, 옷자락이 대좌 아래로 늘어뜨려져 있다.
권속은 뒤쪽부터 좌우에 사천왕 각 2구, 도명존자 · 무독귀왕 각 1구, 범천 · 제석천 각 1구, 시왕 각 5구, 사자 각 1구 등이 배치되었다. 그리고 아래 인물에서부터 점차 올라가면서 커지고 있다. 이른바 소박한 원근법을 사용한 것이다. 인물들은 대체적으로 풍만하게 묘사되어 있다. 제석 · 범천상은 다른 불화의 보살상과 흡사하게 귀족적이고 풍만한 편이다. 그리고 사천왕이나 시왕상들도 제각기 개성 있게 묘사하여 이 그림의 격을 높여 주고 있다.
1991년 대대적인 보수를 하여 후보(後補)한 것은 과감히 없애고 원형을 많이 살려 냈다. 독일 베를린동양미술관의 지장시왕도와 함께 고려의 대표적인 지장시왕도의 하나로 높이 평가되는 명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