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통(紙筒)은 조선시대에 종이를 말아서 담아 두기 위해 백자나 나무로 만든 원통 모양의 통이다. 간혹 종이로 만든 경우도 있다. 전통시대에는 곧 사용할 종이는 접어서 보관하지 않고 대체로 말아서 보관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므로 둥글게 말아 두던 종이를 보관하기 위한 적절한 도구가 필요하였을 것이다. 지통은 사무를 보거나 그림이나 시를 짓기 위해 꼭 필요한 종이를 꽂아 둘 수 있는 편리한 도구였다.
지통은 종이를 말아서 보관하던 용기이다. 조선시대 이전에도 사용되었을 것이지만 현재 남아 있는 지통은 대부분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조선시대의 지통은 주로 백자로 제작되었으며 대나무 등의 나무로도 만들어졌다. 조선 후기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문방구가 백자로 제작되었고, 특히 다양한 형태의 연적(硯滴)과 붓을 꽂아 두는 필통(筆筒)이 크게 유행하였다. 필통보다 약간 더 크게 제작된 지통 역시 다른 문방구들과 함께 많이 만들어졌다.
현재 남아 있는 지통은 주로 조선 후기에 백자로 제작하거나 나무를 깎아 만든 것이 많다. 백자로 제작한 지통도 대부분 원통형이며 외면은 청화·음각·양각·투각 기법 등으로 다양한 문양이 장식되어 있다. 백자 지통에는 수복(壽福) 등의 문자를 도안화해서 장식하거나 사대부의 심성을 닮은 난·국화·대나무 등 사군자 문양이 묘사되기도 하였다.
나무로 만든 지통은 대부분 원통형인데, 그 중 대나무 조각을 이용할 경우 육각이나 팔각으로도 제작되었다. 구연부로 올라갈수록 동체가 벌어지는 모양의 지통도 있다. 나무로 만든 지통은 외면에 음각 기법으로 문양을 새기거나 인두로 표면을 지져서 원하는 문양을 장식하였다. 나뭇결이 아름다운 목재로 만들어진 지통은 원재료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성질이 그대로 드러나도록 식물성 기름만 발라 마무리하기도 하였다.
백자 지통은 둥근 밑판을 만들고 그 위에 원통형의 동체를 올려 붙이는 방식으로 빚은 다음 각종 문양을 추가로 장식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백자 지통의 문양은 음각·양각·투각 기법으로 새겨지거나 청화·철화·동화 기법으로 그려졌다. 한편, 나무 지통은 원통형의 나무속을 파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단면이 화형(花形)을 이루는 지통은 반쪽으로 쪼개진 대나무를 연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일부 지통은 커다란 왕죽(王竹)의 마디에서 적당히 올라간 부분을 자른 후 다듬어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지통은 종이를 두루마리처럼 만 후 통에 넣어 두고 필요할 때 꺼내 쓰기 편리하도록 원통형으로 제작되었다. 조선 후기에는 지통과 함께 많은 수의 필통이 백자와 나무로 만들어졌다. 필통 역시 여러 개의 붓을 꽂아 두는 용도이므로 지통과 같은 원통형으로 만들어졌다. 지통은 필통에 비하여 약간 크게 제작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통(筒)이라는 한자의 부수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옛날부터 대나무는 안에 내용물을 담아 두는 용도로 적극 활용되었다. 실제 옛 선인들은 벗들에게 시(詩)를 담아 보내기 위해 대나무로 만든 통을 시통(詩筒)이라고 하였다. 지통 역시 대나무의 형태처럼 통나무나 도자기로 원통형으로 만들어 책상 한 쪽에 두고 종이를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