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신설화는 부처, 보살, 신인 등이 인간 세상에 나타나는 불교설화(佛敎說話)이다. 주로 『삼국유사』에 전하며, 작품에 '진신'이라는 용어가 직접 쓰이는 경우가 있고, 범속한 모습으로 화현한 상태와 대비적으로 신이한 존재가 직접 자기 정체를 드러내는 경우를 진신설화(眞身說話)라고 한다. 대표적으로 「진신수공」에서는 왕이 치루는 공양에 참석하였던 승려가 자신을 '진신석가'라고 정체를 밝히는 장면이 있다. 진신설화는 대체로 인간과 신성의 만남을 중심 문제로 다루며, 끊임없이 신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낸다.
진신의 개념은 그 연원이 깊어 단정하기 어렵지만, 10세기 이래의 불교 문헌들에서는 사리를 가리키는 포괄적인 용어로 빈번하게 등장한다. 13세기에 편찬된 『 삼국유사』에서도 ‘진신(眞身)’, ‘진신사리(眞身舍利)’, ‘진신석가(眞身釋迦)’ 등의 어구가 자주 등장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전하고 있다.
진신설화(眞身說話)는 두 가지 맥락에서 그 범주를 가를 수 있다.
첫 번째는 언어적 측면에서 텍스트에 ‘진신’의 용어가 직접적으로 사용된 경우이다. 『삼국유사』 권3 탑상 「대산오만진신(臺山五萬眞身)」, 「명주오대산태자보질도전기(溟洲五臺山太子寶叱徒傳記)」, 「대산월정사오류성중(臺山月精寺五類聖衆)」, 「낙산이대성관음정취조신(洛山二大聖觀音正趣調信)」, 「황룡사장륙(皇龍寺丈六)」, 「요동성육왕탑(遼東城育王塔)」, 「전후소장사리(前後所將舍利)」, 「백엄사석탑사리(伯嚴寺石塔舍利)」와 권5 감통 「욱면비염불서승(郁面婢念佛西昇)」, 「진신수공(眞身受供)」 등이 이에 해당된다.
가령, 「황룡사장륙」에서 아육왕(阿育王)이 진신을 공양할 수 없었던 것을 한스럽게 여겨[恨不得供養眞身] 장륙존상을 만들고자 했다는 이야기나, 욱면(郁面)이 육신을 버리고 진신으로 변하여[損骸變現眞身] 서방 정토에 왕생했다는 이야기에서 진신이라는 표현이 나타난다. 이처럼 『삼국유사』에서 진신은 부처‧보살 형태의 보신(報身)적 의미나 석가모니 붓다를 가리키는 말, 혹은 화신의 본래 정체를 나타내는 말이나 사리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두 번째, 서사 구조의 측면으로 볼 때 신성한 존재가 승려 및 속인(여인‧거사‧노인 등)으로 화현(化現)하는 것과 대비하여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에 해당된다. 『삼국유사』 소재 불교설화에 나타난 부처, 보살, 신인 등의 현신 양상은 크게 진신으로의 현현(顯現)과 승려 및 속인(여인‧거사‧노인 등)으로의 화현으로 나뉜다. 이때의 신성은 석가의 진신(眞身), 문수(文殊), 관음(觀音), 정취(正趣) 보살 등으로 그려진다. 여기에서 부처, 보살, 신인 등이 진짜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를 진신설화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삼국유사』 권2 기이 「무왕(武王)」에서 미륵삼존이 자신의 정체를 그대로 드러내고, 권3 탑상 「황룡사장륙」에서는 문수보살이 인간의 모습으로 화신하지 않고 등장한다. 반대로 「남백월이성노힐부득달달박박(南白月二聖努肹夫得怛怛朴朴)」에서 관음보살이 낭자로 화신하여 등장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형상이다.
제목에서부터 ‘진신’이라는 표현이 담겨 있는 「진신수공」의 경우, 초라한 행색의 승려로 화신한 신성한 존재가 스스로를 ‘진신 석가’라고 칭하고 있어 ‘진신’의 용어가 직접적으로 사용된 진신설화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8년 정유 효소왕이 친히 나가 공양하는데, 행색이 남루한 승려가 나타나 재(齋)에 참석하기를 청하였다. 왕이 승낙하고 의례를 마친 후, “이제 가거든 다른 사람들에게 국왕이 친히 공양하는 재에 참석했다고 말하지 말게나.”라고 농담하였다. 그러자 승려가 웃으며, “폐하께서도 역시 사람들에게 진신 석가를 공양했다고 말하지 마십시오[陛下亦莫與人言 供養眞身釋迦].”라고 답했다. 그렇게 말하고 진신 석가는 몸을 솟구쳐 남쪽 하늘로 날아갔다.
왕은 놀라고 부끄러워 하다가 진신 석가가 날아간 곳으로 찾아보았지만, 남산 삼성곡(參星谷), 혹은 대적천원(大磧川源)이라는 바위 위에 지팡이와 바리때만 남기고 사라진 뒤였다. 왕은 그가 살았다는 비파암 아래에 석가사(釋迦寺)를 세우고, 또 그가 사라진 곳에 불무사(佛無寺)를 세워 지팡이와 바리때를 두 절에 나누어 두었다.
대체로 진신을 목도하는 인물이 수도승인데 반해, 「진신수공」에서는 진신을 만나는 인물이 왕으로 나타난다. 이 이야기는 왕이 직접 불교 의식을 치르는 모습에서 구도하는 수도자의 형상으로 제시되며, 진신을 목격하는 일 곧 구도의 과업이 결코 쉽지 않음을 드러낸다. “인간의 끊임없는 신성 추구와 그 한계”의 주제 의식을 잘 보여준다. 왕이 진신을 친견하는 것은 문수보살이 세조의 등을 밀어주어 병이 나았다는 전설에도 제시된다.
진신설화는 대체로 인간과 신성의 만남을 중심 문제로 다루고 있다. 인간과 신성의 관계로 볼 때 이 이야기들은 (1)인간이 범속한 모습으로 화현한 신적 존재를 알아보지 못하고 나중에 깨닫고 후회하는 이야기, (2)인간이 열심히 수련하여 신적 존재를 만나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 (3)주인공이 어려움에 처했다가 신적 존재로부터 구원받는 이야기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이들은 곧 인간이 경험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신성의 경지를 나타내며, 신성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나 이상 혹은 환상 등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인간 세상에 나타난 그 형상으로 나누어 보았을 때, 진신으로 현현하는 이야기는 신라의 국토가 불교의 전래 이전부터 불교와 인연이 깊고 부처, 보살이 항상 머무르면서 그 모습을 나타내는 공간이라는 점이 강조되어 있다. 한편 부처와 보살이 범속한 사람의 모습으로 화현하는 이야기들은 불교적 절대자나 혹은 그 철학적 근본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함께 실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