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설화의 기본 내용은 『태평한화골계전』에서 찾을 수 있다.
한 서울 소년이 경주촌에 내려갔다가 기녀와 사랑에 빠졌다. 그러다가 소년이 다시 서울로 돌아가게 되자 기녀는 슬퍼하면서 머리털보다 중요한 것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소년은 자신의 이를 뽑아 주었다. 이후 소년이 서울로 돌아와서도 기녀를 잊지 못하고 지냈는데, 그 기녀가 다른 사람과 잘 지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년은 사람을 시켜 기녀에게서 자신의 이를 다시 찾아오게 하였다. 그러자 기녀는 소년을 ‘어리석은 아이’라고 비웃으며, 지금까지 빼앗은 남자들의 이를 모아 둔 포대를 보여 주었다.
이 설화는 순진한 소년이 사랑에 빠져 기녀에게 이까지 뽑아 주었으나 결국에는 비웃음을 사고 말았다는 소년의 어리석은 사랑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그려 낸다. 그리고 색욕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내고, 신체와 정신에 대한 훼손으로 유교 및 계급의 허위 의식을 벗겨 내려는 풍자의 의미를 함께 담고있다.
「발치설화」는 「배비장전」과 『동야휘집(東野彙輯)』의 「쌀뒤주 설화」의 근원 설화로 알려져 있다. 「배비장전」에서는 정 비장이 애랑과 헤어지는 장면에 이 설화가 포함되어 있다. 애랑은 온갖 아양으로 정 비장을 꾀어내어 그의 재물과 관복을 빼앗고 상투와 앞니까지 빼앗는다. 이를 지켜보던 배 비장이 비웃으며 자신의 지조와 절개를 자신하자, 방자가 과연 그가 호색에 초연해질 수 있는지 내기를 건다. 그리고 동행하던 제주 목사가 애랑과 모의하여 배 비장의 절개와 지조를 깨뜨린다. 「배비장전」에서 「발치설화」는 정 비장이 여색에 빠져들어 처참하게 전락하는 풍자의 기능을 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배 비장의 지조와 절개를 깨뜨리려는 모의가 시작되는 계기로서 기능하고 있다.
「발치설화」는 내용상 기녀 설화 및 남성 훼절 설화와 관련된다. 기녀 설화는 기녀가 남성의 재물을 빼앗는 이야기, 남성을 유혹하여 곤경에 빠뜨리는 이야기, 기녀가 남성을 사랑하여 열렬한 애정을 쏟는 이야기, 기녀가 효‧충‧열의 도리를 다하는 이야기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발치설화」는 남성이 색욕에 쉽게 넘어가며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는 유형에 속한다.
또한 이 유형의 설화는 남성 훼절담과 서사적 관련성을 지니는데, 남성 훼절담은 ‘어떤 남자가 남의 책략에 속아 평소 지켜왔거나 지키겠다고 하던 금욕적 절조를 스스로 훼손함으로써 남의 웃음거리가 되는 이야기’라는 기본 구조가 공식화되어 있다. 그리고 ‘훼절 대상자–훼절 당담자–훼절 모의자’의 인물 관계를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되며 모의자가 주인공의 훼절 사실을 폭로하는 후반부가 다양하게 변이되는 특징이 있다. 이 기본 구조에서 「발치설화」는 남성 훼절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화소로 포함될 수 있다. 한편, 훼절 담당자와 훼절 모의자가 동일한 인물로 설정된다는 점, 즉 훼절 모의자의 ‘놀려 주기’ 역할이 훼절 담당자인 기녀에게 귀속되어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양상의 남성 훼절담으로 볼 수도 있다.
「발치설화」는 문헌 설화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훼절’이라는 대담한 소재를 다룬 작품이다. 웃음과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기녀가 사대부를 비웃는 장면에서는 풍자의 의미를 담고 있어 다양한 고전 소설 작품으로 변용‧전승되었다.
구비 설화 자료에서 기녀 설화와 남성 훼절 설화 내 ‘발치’ 화소는 자주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남의 생니를 뽑으며 글재주를 자랑하는 중에게 글 내기를 이겨 이를 뽑게 한 김삿갓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는 ‘발치’ 화소가 현학(衒學)에 대한 풍자의 역할로도 나타남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