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락신화는 마을의 자연‧문화‧역사에 대한 내력을 신화적으로 의미화하여 전승하는 이야기이다. 마을 공동체의 신화적 관념이 드러난 서사 형태와 언술의 총체로, 마을의 자연물에 대한 신화적 이야기, 마을의 시작에 신화적 요소를 담아낸 이야기, 마을 수호신에 대한 이야기 등으로 전래되고 있다. 촌락신화에는 우리가 사는 마을을 신성한 공간으로 여기면서 삶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이러한 신화는 공동체의 유대감 및 지역 정체성을 구성하고 지속시키는 역할을 한다.
촌락신화는 '마을신화'라고도 불린다. 마을의 시작 혹은 자연물에 대한 내력을 말하는 이야기, 농경지의 기원이나 마을의 개촌(開村) 시조와 관련된 서사와 언술 등 마을 주민이 공유하는 신성한 이야기를 총칭한다. 촌락신화의 주요 내용은 크게 (1)마을의 자연물에 대한 신화적 이야기, (2)개촌(開村)에 대한 이야기, (3)마을 수호신에 대한 이야기 등으로 분류된다.
마을의 자연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천지개벽이나 홍수 때 형성된 자연, 혹은 마고할미가 만든 산과 강 등에 대한 이야기가 여기에 해당된다.
“예전에 경주 천지가 바다가 되었다. 지금도 그때 배를 맸던 돌이 남아 있고, 현곡면 아래 ‘까잼들’은 그때 동네로 가자미가 올라와 동네 이름을 삼았다고 한다. 마을 뒷산인 ‘함박등’은 그때 한 뼘만큼 남아서 함박등이 되었다고 한다.(『한국구비문학대계』)”
위와 같이 경주 지역에는 홍수 때 형성된 자연물에 대하여 그 기원을 설명하고, 이와 관련한 지명전설이 함께 구전된다. 마을 안팎의 자연적 질서에 대한 신화적 인식이 이야기로 전승되고 있는 대표적인 촌락신화의 예이다.
마을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을 시조나 생업 문화 및 집단생활의 기원을 신화적으로 전승하는 이야기가 여기에 해당된다.
“청주 한씨 시조가 대머리 마을에 터를 잡고 들을 개척했다. 들 가운데 있는 못에서 가끔 용과 이무기가 장난을 했다. 하루는 한씨 꿈에 용이 나타나 득천을 하려고 하니 이무기를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다음날 한씨가 용과 이무기가 싸우는 걸 보고 이무기를 활로 쏘았다. 한씨 꿈에 다시 용이 나타나 득천 시 장마가 져서 숲이 모두 들이 될 것이니 마을 사람들이 같이 경작하여 먹고 살라고 했다. 용이 득천할 때 큰비가 오고 뇌성벽력이 일어났는데 용이 꼬리로 숲을 쳐서 들을 만들었다. 그 이름을 '용개들'이라고 하는데, 지금도 파면 아름드리나무가 썩어 있다. (『한국구비문학대계』)”
위 이야기는 전라남도 완도군의 용개들 평야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무기의 싸움과 용의 승천이라는 신화적 요소가 결합하며, 농경의 시작 및 집단 정착 생활에 대해 신화적 질서를 이야기한다. 이 유형에는 농경 문화와 관련하여 경작지나 도읍터, 왜적으로부터의 수호 등 용신 관념이 자주 발견된다.
마을에서 섬기는 신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을을 수호하는 신의 좌정이나 그 문화가 시작된 유래를 전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산신이나 용신, 당신(堂神)을 중심으로 전승되고, 개촌 시조를 모시는 소수의 경우 외에는 원혼 당신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에 대한 서사 구조를 갖춘 이야기와 함께 신성성 혹은 영험을 경험한 언술 역시도 이에 해당한다.
마을 수호신인 동신(洞神)이나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촌락신화’‧'마을신화'로 명명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엄밀히 구분하자면, 촌락신화는 마을 공동체의 신화적 관념이 드러난 언술의 총체라 할 수 있고, 동신‧당신 이야기는 촌락신화의 하위 범주로 이해할 수 있다.
촌락신화는 마을의 자연‧문화‧역사의 시원을 신화적으로 의미화한 서사와 언술을 포괄한다. 여기에는 마을을 신성한 공간으로 여기고 우리의 삶이 풍요롭고 안녕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다. 또한 촌락신화를 통해 공동체의 유대감과 지역 정체성을 향유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