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설화는 다양한 면모로 전승되는 설화적 특징을 보인다. 먼저 미륵이 창세의 주체로 등장하는 유형이 있다. 이 유형에서는 석가와 미륵이 이 세상을 만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세상을 만든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점을 핵심 신화소와 주제로 삼고 있다. 다음으로 미륵에 대한 경전인 『미륵상생경』과 『미륵하생경』에 근거하여 미륵을 중심 주체로 하는 불교설화 유형이 있다. 세 번째로, 미륵하생신앙이나 천년왕국운동의 메시아 사상에 근거하여 미륵이 난세에 출현한다는 유형이 있다. 이 유형의 설화들은 특정한 역사적 사건과 복합되어 이른바 미륵하세 또는 진인출현설과 관련된다.
역사적으로는 미륵하생신앙이 일반 민중운동과 습합되면서 설화가 탄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말여초의 궁예 전설, 여말선초의 요민(妖民) 이금(伊金) 전설, 조선후기의 장길산과 연관된 미륵하생신앙 전설, 최제우·강증산 설화 등에서 예를 찾을 수 있다. 궁예가 자신의 이름을 선종으로 바꾸고 “선종이 미륵불을 자칭하였다. 머리에는 금색 두건을 쓰고 몸에는 가사를 걸쳤다. 큰아들을 청광보살, 막내아들을 신광보살이라고 하였다.”라는 기록이 이 점을 방증한다. 궁예가 스스로를 미륵불, 자신의 아들을 보살이라고 한 것은 민중들이 학수고대하던 미륵하생신앙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보여 주는 구체적인 증거이다.
『고려사』 열전에 보이는 권화(權和)의 요민 이금 처단에 대한 것 역시 이러한 각도에서 이해할 수 있다. 권화는 우왕 때 청주목사가 되었다. 고성(固城)에 요민 이금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스스로 미륵불이라 칭하고 사람들을 미혹시키기를, “나는 능히 석가불을 부를 수 있다. 무릇 귀신과 토지신에게 기도하고 제사지내는 자, 말과 소의 고기를 먹는 자, 재물을 남과 나누지 않는 자는 모두 죽을 것이다. 만약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3개월 뒤 해와 달이 모두 빛을 잃을 것이니 그것을 보라.”라고 하였다. 또 “내가 힘을 쓰기만 하면 풀이 푸른 꽃을 피우고 나무가 곡식 열매를 맺을 것이며 한 번 씨 뿌려서 두 번 거둘 것이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요민의 말들은 모두 미륵신앙의 설화적 핵심에 근거를 두고 있고 청주목사 권화는 미륵불 행세를 한 요민을 처단한 것이다. 요민 이금의 면모가 굿이나 특정한 신화와 본풀이의 주인공 노릇을 하는 점을 볼 수도 있어서 미륵설화가 깊은 층위에서 작동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조선왕조실록』 숙종조의 기사에, 여환이라는 자는 본래 통천(通川)의 중이었는데 “일찍이 김화(金化) 천불산에서 칠성이 강림하여 3국(麴)을 주었는데, 국은 국(國)과 음이 같다.” 하였고 또 수중노인(水中老人)·미륵 삼존이란 말을 하며 영평(永平)의 지사(地師) 황회(黃繪)와 상한(常漢) 정원태(鄭元泰)와 더불어 석가의 운수가 다하고 미륵이 세상을 주관한다는 말을 주창하며 기보(畿輔)·해서(海西)에 출몰하였다. 여환은 또 천불산 선인이라 일컫고 일찍이 ‘영(盈)·측(昃)’ 두 글자를 암석에 새기고 “이 세상은 장구할 수가 없으니, 지금부터는 마땅히 계승할 자가 있어야 할 것인데, 용(龍)이 곧 아들을 낳아서 나라를 주관할 것이다.”라고도 하였다.
이 설화에는 여환이라고 하는 중, 원향이라고 하는 무당, 계화라고 하는 정성인 또는 정성진인 등이 함께 등장한다. 이 이야기는 미륵불신앙의 설화적 근거를 지니고 있으며 이 신앙의 전통은 수중노인이라고 함으로써 재래의 수신신화 전통을 잇고 있다. 원향은 전형적인 도술사로 무당의 일을 하는 여성이고, 정씨 성을 가진 성인은 진인출현설화의 전통 속에서 마련된 『정감록(鄭鑑錄)』의 이면을 장식하고 있는 인물이다. 역사적인 기록이면서 설화적인 윤색이 심한 자료들을 운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그 이면에 난세의 메시아 사상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륵보살의 신앙적 기반인 메시아 사상 또는 천년왕국운동의 사상과 사실에 근거하여 동아시아 각국의 미륵신앙이 변이되면서 이루어진 창세신화가 다른 주요한 설화의 원형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경우 미륵설화가 본풀이와 직결되면서 무당의 무속신화에서 중요한 준거를 제공하고 본풀이의 주체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에 입각한 본풀이는 미륵하생신앙적 면모와는 전혀 다르고 오히려 본풀이에서 패배자로 나타나 내세나 저승을 차지하는 인물로 변형된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 한국, 월남, 일본, 유구 등의 변이 설화와 연관지어 동아시아 미륵설화의 원형과 전파를 논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미륵설화는 현실을 변혁 대상으로 보고, 민중의 염원을 구현할 대상으로 미륵을 상정하는 설화가 있다. 이와 달리 미륵의 세상을 가로챈 인물을 현실적으로 수긍하고 미륵이 다스리게 될 세상을 공정하고 타당한 세상으로 보는 세계관을 반영한 설화로 나눌 수 있다. 미륵상생신앙과 미륵하생신앙의 결정적인 차이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두 유형의 결말을 가진 미륵설화는 문제를 해명하는 상이한 태도를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