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절터 설화 (빈대절터 )

구비문학
작품
빈대가 많아서 절이 망하고 절터만 남았다고 하는 설화.
목차
정의
빈대가 많아서 절이 망하고 절터만 남았다고 하는 설화.
내용

빈대절터 설화는 전국적으로 널리 전승되고 있으며, 이야기가 다양하게 변이되고 전승되는 특징이 있다. 절이 융성하다가 빈대가 많아서 절에 불을 지르고 떠났다거나, 떠난 중이 다시 와서 보아도 절터 기둥에 빈대가 여전히 많더라고 하는 것이 이야기의 줄거리이다. 또한 특정한 지역에서는 원래의 형태를 짐작하게 하는 이야기가 있고, 특정한 인물이 특별한 꿈을 꾼 이야기가 덧붙여지기도 한다. 가령 경상남도 산청 지역에 전승되는 이야기에서는 한 사람이 나무를 하러 갔다가 나무에 있는 지네를 보고 죽게 된다. 절을 떠난 중에게 한 여인이 나타나서 혼자 절을 지키며 욕을 보고 있다면서 중에게 절을 비웠다고 질책한다. 중이 부처에게 불공을 드릴 때에 지네가 서리었다가 삼키려 하자 놀라서 깨게 된다. 하지만 이들 이야기 사이의 유기적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빈대절터의 설화적 요체는 빈대와 중, 기둥과 절터의 상징성에 있다. 흡혈곤충인 빈대 때문에 절이 망했다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해명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따라서 이를 긴대, 진대, 진자이 등으로 파악하여 사신(蛇神)으로 해석하는 견해는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그렇지만 뱀신이나 용신이 절을 망하게 했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여기서 일정한 변형과 구조적인 탈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빈대로 와음된 사신의 승리, 절로 표상되는 외래 종교의 몰락이 문제의 핵심이다. 즉 토착신과 외래신의 대결에서 외래 신앙의 몰락이 절터와 절의 폐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빈대와 중의 대결에서 빈대가 승리하고, 빈대의 승리는 바로 빈대가 기둥에 가득하다는 것으로 보여 준다.

여기서 또 다른 변이형이 발견된다. 사신인 빈대가 지네로 변형되었으며, 지네는 사람을 희생물로 삼고 있다. 산에 풀을 베러 간 인물이 나무에 매달려 있는 지네를 보고 죽었다는 것은 바로 인신의 희생을 말한다. 이 변이형 역시 사람의 희생을 요구하는 인신공희의 전통과 관련이 있다. 이는 영웅이 등장하여 지네 혹은 적대자를 물리치는 이야기가 구조적으로 뒤틀린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추론은 〈거타지설화(居陁知說話)〉, 〈작제건설화(作帝建說話)〉, 〈도조설화(度祖說話)〉, 그리고 제주도에 전승된 〈군웅본풀이〉와 관련이 깊다. 이들 이야기의 근저에는 용과 중, 용과 용 등의 싸움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거타지와 작제건은 용과 중의 싸움에 끼어들어 용을 돕고 중을 처단한다. 용과 중의 다툼이란 설정에서 구조적인 형식만 남은 것이 빈대와 중의 대결에 의한 절의 폐사와 몰락이다. 여기서 영웅은 소거되어 있으며, 민중적 영웅의 탈각이 결국 전설적 민담으로 변모되었음이 확인된다. 지네를 보고 죽은 사람에 대한 것도 적대자인 용에게 인간이나 신이 당하는 이야기의 화소가 첨가되어 벌어진 변형담으로 이해되고, 중의 꿈에 나타난 도착이 있었던 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의의와 평가

이 설화는 절에서 중이 쫓겨나고 빈대가 승리자가 되는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민간이나 민중에서 떠받드는 고유 신앙 대상의 승리를 보여 준다. 신불습합이 아니라 신불의 대결에서 고유의 신격이 외래의 신앙과 대상을 물리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빈대절터 설화는 신화에서 전설로 전환되는 사례를 보여 주는 흥미로운 예이다. 우리 설화의 역사에서 사신이나 용신 계통의 신화가 영웅의 무훈담이 소거되면서 달라지는 이야기라고 하는 점에서 이 전설은 특별한 변형을 일으킨 설화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설화는 각별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참고문헌

「빈대절터」(이지영, 『한국민속문학사전: 설화 1』, 국립민속박물관, 2012)
「용사설화의 측면에서 본 빈대절터설화」(이지영, 『구비문학연구』 창간호, 한국구비문학회, 1994)
「사신설화의 형성과 변이」(박종성,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1)
집필자
김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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