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선(金福善)은 김복손으로도 불리며 김복선(金復先)이라 표기되기도 한다. 그는 출신이 종이었지만 탁월한 능력과 중요한 일을 내다보는 지인지감(知人之鑑)을 지니고 있어서 예언가 노릇을 하였다. 김복선과 짝이 되어 등장하는 인물이 율곡 이이(李珥)다.
〈김복선과 이율곡〉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율곡 선생은 도통하신 분으로 앞날을 내다보았다. 정승으로 있을 때 앞일을 보니 10년 후에 왜적이 몰려와 나라를 위태롭게 할 것 같아 의논할 만한 사람을 찾아 조선 팔도를 돌아다닐 작정으로 길을 나섰다가 충청도 합덕에 왔다. 큰 방죽가에서 쉬고 있는데 김복선이 와서 인사를 했다. 김복선은 신평 이씨(新坪李氏)의 종인데 지혜가 많고 앞일도 내다보았다. 율곡 선생은 그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10년 후의 일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김복선은 이율곡과 송구봉(宋龜峰) 선생이 그 안에 돌아가시는데, 만약 돌아가시지 않으면 왜적이 건너오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방도를 묻자 전라도 어디 골 아무개란 백정을 시키면 사흘이면 평정이 되고, 자기를 시키면 석 달이면 평정되고 양반들이 하면 8년이 걸린다고 했다. 율곡 선생이 조정에 돌아와 10년 후면 왜적이 쳐들어오니 양병을 하고, 왜적이 쳐들어오면 전라도 아무 데 백정이나 충청도 김복선에게 맡기라고 했다. 임진년에 왜병이 쳐들어와서 나라꼴이 위태롭게 되어도 백정이나 김복선 같은 천인에게 맡길 수 없다고 하여 이순신을 선봉장으로 삼아 왜적을 물리치는 데 8년이 걸렸다는 것이다.
한편, 김복선이 이인의 면모를 지닌 점은 동일하나, 도술가의 면모도 지니고 축지법을 쓰는 인물로 설정된 이야기도 있다. 특히 이율곡, 송구봉, 김복선, 이순신 등이 장차 일어날 전란인 임진왜란의 성격을 규정하고 이를 타개할 묘책을 찾는 과정에서 이들 인물 사이에 일정한 운수 점치기 화소가 있어서 각별하게 주목된다.
또한 시대가 흐르면서 김복선의 인물 전설적 성격에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 종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곯려 주거나 골탕을 먹이고 자신의 이익을 차지하는 건달형 인물로 전환되는 것이다. 김복선은 늘 담배 한 잎을 물에 축여 패랭이에 꽂고 다니면서 담배 가진 사람을 보면 자기는 금방 물에 빠뜨렸다면서 얻어 피웠다고 한다. 김복선이 쇠경 잔치를 한다고 쇠경들을 불러 허름하게 매어 놓은 다락 위에 앉게 했다. 다락 밑에 독, 사발, 사기접시 등 깨진 것을 잔뜩 주워다 쌓아 놓고 소나 개 뼈다귀를 주워다 구수하게 고았다. 쇠경들은 김복선이 자기들을 대접하기 위해 애쓴다며 좋아했다. 김복선이 기다란 장대 끝에 설사 똥을 묻혀서 쇠경 코끝에 댔다. 별안간 구린내가 나자 서로 방귀를 뀌었다고 소란을 피우다가 다락을 맨 줄이 끊어져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자 다락 밑에 쌓아 둔 조각들이 요란한 소리를 냈다. 눈먼 쇠경들은 자기들이 소란을 피워 다락이 내려앉아 그릇이 죄다 깨진 줄 알았다. 김복선은 쇠경들한테 다락에 가만히 있지 않고 소란을 피워 그릇들을 깼냐며 자기는 망했다고 대성통곡을 했다. 쇠경들은 자기들 때문에 망하게 생겼으니 몇 냥씩 걷어서 주자고 해서 돈을 모아 김복선에게 주었다. 김복선은 이렇게 해서 쇠경들을 울궈 먹었다고 한다.
나라의 운수를 걱정하고 전란을 예감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던 인물이 쇠경 잔치를 통해 이득을 탐하는 인물로 변질된 것이다. 이렇듯 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이인과 건달의 양축을 가지고 다양하게 구성되는 것은 민중들의 인식이 전혀 다른 각도에서 이루어졌음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