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 안에 있는 팔각칠층석탑은 중국식 석탑으로서, 기존의 석탑과는 양식을 달리하는 탑이다. 높이 6.5m 규모인 이 탑은 현재 창경궁 내 식물원 앞 연못 춘당지 주변에 위치하고 있다. 1992년 1월 15일에 보물로 지정되었고, 창경궁 관리소에서 관리해오고 있다.
창경궁 팔각칠층석탑은 현재 춘당지(春塘池)와 소춘당지 사이의 비탈진 대지에 있는데, 언제 어디에서 어떤 연유로 이곳에 옮겨 세웠는지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
석탑은 여러 개의 장대석으로 구축한 2중의 4각형 지대 위에 세웠는데 기단부로부터 탑신부에 이르기까지 평면이 8각으로 이루어졌으며, 단층기단 위에 탑신부를 형성하고 정상에 상륜을 장식하였다. 이중의 지대는 석질로 보아 하단부는 옮겨 세울 때 새로 만들어 탑구(塔區)를 마련한 것으로 보이며, 상단은 본래의 것으로 생각된다.
기단부는 상단의 지대석 위에 3단의 굄을 놓아 면석을 받도록 하였는데, 각 굄돌에는 안상(眼象)과 연화문을 장식하고 있다. 면석의 각 모서리에는 죽절형(竹節形)의 원주(圓柱)를 모각하고 각 면에는 꽃문양을 장식하였다.
갑석은 하면에 큼직한 부연(副椽)을 마련하고 32판의 앙련(仰蓮)을 돌려 굄단의 복련석(覆蓮石)과 대칭을 이루게 하였으며, 그 위 갑석 측면에도 각 면의 좌우에 원형문을 장식하여 상단굄석과 대칭을 이루게 하였다.
갑석 상면은 평평하며 그 위에 높직한 원형 연화대석을 놓았고 이 위에 다시 낮고 작은 원형 간석을 하나 끼웠으며 그 위에 큼직한 8각 연화대석을 놓아 탑신석을 받도록 하였다. 탑신은 하단부가 8각으로 좁아들었으며, 상부는 넓어지면서 원형을 이루었고, 상단부에는 초층옥개석을 받고 있는 낮은 탑신석이 놓여 있다.
이 탑신석의 윗부분에는 대리석 1장을 끼워넣어 1행 3자씩 4행으로 조성기(造成記)를 오목새김하였는데, 말미에 ‘요양중개산도 강정옥암수탑 대명성화육년 경인세추칠월 상한길일조(遼陽重開山都綱珽玉巖壽塔大明成化六年庚寅歲秋七月上澣吉日造)’라는 명문이 오목새김되어 있어 그 조성 연대가 1470년(성종 1)임을 알려준다.
7층의 탑신부는 옥개석과 그 위층의 탑신석이 동일석으로 조성되어 층층이 놓여 있으며, 옥개석의 하면은 그 밑의 탑신석에 놓이는 부분에 받침 1단씩을 조각하였을 뿐 별다른 시설은 없다. 각 층의 탑신석은 우주(隅柱) 등의 모각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옥개석 상면의 낙수면부는 기왓골이 표현되었으며, 전각부의 막새기와의 모각은 마치 장막을 늘어뜨린 것처럼 보인다. 8각의 합각머리는 뚜렷하며 전각(轉角)의 반전도 표현되었다. 상륜부는 화강암 1석으로 보주형(寶珠形)을 이루고 있는데 이것은 새로 만든 것이다. 구전이지만, 이 석탑은 만주로부터 이왕가박물관(李王家博物館)에 옮겨진 것이라고 한다.
현재 각 부재에 마모되고 파손된 부분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아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고 한국에 있는 유일한 중국 석탑이라는 점에서 석탑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