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도는 조선 후기 원형으로 제작된 세계 지도이다. 지도는 원 안에 그려져 있는데 내대륙, 내해, 외대륙, 외해의 구조로 이루어졌다. 내대륙에는 중국, 조선 등 실재하는 나라들이 그려져 있다. 내해에는 일본국 등 실재하는 나라들과 『산해경』에 나오는 가상의 나라들이 섞여 있다. 외대륙에는 대부분 가상의 나라들로 채워져 있다. 현재 목판본으로 제작된 인쇄본과 채색필사본이 남아 있다. 천하도는 지리적 세계뿐 아니라 하늘의 영역까지 표현한 우주지적 성격을 띤다. 또한 무병장수를 염원하는 신선사상이 반영된 조선의 고유한 세계지도이다.
원형의 천하도(天下圖)는 독특한 형태와 내용을 지니고 있어서 많은 관심을 끌었던 지도이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유독 조선에서만 볼 수 있어서 조선인의 고유한 세계관이 반영된 지도로 여겨진다. 이러한 원형의 천하도는 조선 후기에 다양하게 제작되면서 민간의 대중들에게 널리 유포되었다. 현재까지 목판본으로 제작된 인쇄본만 10종 이상이 남아 있고 채색필사본도 여러 종류가 남아 있다.
현존하는 원형의 천하도는 대부분 17세기 이후에 제작된 것들이다. 이 시기는 중국을 통해 서양 선교사들이 소개한 서양의 과학지식을 접하던 때였다. 이 가운데 지구설에 입각한 마테오 리치의 『곤여만국전도(坤輿萬國全圖)』와 같은 서구식 세계지도는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지구설에 입각하여 원형 또는 타원형의 형태로 그려진 세계지도는 천원지방의 관념에 사로잡혀 있던 지식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당시의 지식인들이 이러한 세계지도를 보고 지도에 그려진 미지의 세계와 지구설을 선뜻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아메리카 대륙과 같은 미지의 세계는 고대 중국의 지리서이자 신화서라 할 수 있는 『산해경(山海經)』에 나오는 괴상하고 기이한 나라나 다름 없었다. 따라서 조선 후기의 지식인은 이러한 서구식 세계지도를 접한 후 자신들의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한 새로운 지도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원형의 천하도였다.
지도는 원 안에 그려져 있는데 제일 안쪽부터 내대륙-내해-외대륙-외해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내대륙에는 중국, 조선, 안남(安南), 인도 등의 실재하는 나라들이 그려져 있다. 내해에는 일본국, 유구국(琉球國) 등의 실재하는 나라들과 일목국(一目國), 대인국(大人國), 삼수국(三首國), 관흉국(貫胸國) 등 중국의 고전인 『산해경』에 나오는 가상의 나라들이 혼재되어 있다. 외대륙에는 대부분 가상의 나라들로 채워져 있고, 일월이 뜨는 곳에는 신목(神木)인 부상(扶桑)이, 일월이 지는 곳에는 반격송(盤格松)이 그려져 있다.
원형 천하도에 담겨 있는 세계관의 특성을 몇 가지로 제시해볼 수 있다. 먼저, 원형 천하도는 전통적인 천원지방의 천지관에 입각하고 있다. 원은 둥근 지구를 상정한 것이 아니라 하늘을 표현한 것이다. 둘째, 중화적 세계 인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직방세계 보다 훨씬 넓은 세계를 표현하고 있지만 세계의 중심이 여전히 중국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셋째, 우주지적 특성으로서 삼재사상(三才思想)이 반영되어 있다. 단순히 땅만을 그린 것이 아니라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세계를 동시에 표현함으로써 천 · 지 · 인 상관관계를 드러내고자 했다. 넷째, 신선사상(神仙思想)이 반영되어 있다. 도교 관련 서적에 나오는 신선적 지명, 일월처의 신목 등은 무병장수를 갈망하는 당시의 신선사상과 이어진다. 이는 인간의 기본적인 정서에 해당하는 것으로써 성리학적 원리가 지배하고 있던 조선사회에서도 비공식적 부분에서 끈질기게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원형의 천하도는 전통적인 천원지방과 중화적 세계관을 근간으로 삼아 지리적 세계뿐만 아니라 하늘의 영역까지도 같이 표현한 우주지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무병장수를 염원하는 신선사상이 반영된 조선의 고유한 세계지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지도 제작은 기존의 중화적 세계 인식체계로는 확장된 세계인식과 내용을 담아내지 못하는 한계를 조선 후기의 지식인들이 유연하게 대응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울러 사회적으로 새로운 세계인식이 대두할 필요성을 엿보게 하는 중요한 의의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