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12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불신(佛身)만 남아 있는 이 불상은 비로자나 부처를 상징하는 지권인(智拳印)을 하고 결가부좌하였는데, 균형 잡힌 삼각형 구도의 신체가 안온한 당시 선사(禪師)의 모습을 연상시켜준다.
즉, 육계(肉髻)가 분명한 머리, 가는 눈, 활 모양의 눈썹, 조용한 미소 등에서 고요하게 참선하고 있는 선사들의 얼굴을 보는 듯하다. 이러한 얼굴 모습은 9세기 작품인 각연사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1966년 지정)과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편단우견( 偏袒右肩)의 상체는 두 팔을 꺾어지게 하여 사각형의 체구처럼 보이게 하였다.
어깨도 직각으로 표현되었고 허리와 가슴이 일직선으로 굴곡 없이 처리되어 사각형의 느낌을 더욱 강하게 한다. 결가부좌한 두 무릎은 양감이 다소 풍부한 편인데, 두 발바닥이 좌우대칭으로 놓여 수평적인 체구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옷은 두껍지 않으면서 유려하지만 가슴에서 뒤집힌 옷깃이 느슨하여져 긴장감과 탄력감이 줄어들었다. 유난히 좁은 이마와 편편한 콧잔등, 사다리꼴로 두드러진 인중, 약간 위축된 체구 등에서 9세기에 유행한 비로자나불상을 계승한 고려 전기의 비로자나철불로서, 당시의 불상양식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크게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