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12.3㎝, 너비 17.4×16.0㎝.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려 시대 청자향로는 기본적으로 고동기(古銅器)의 형태를 모방하였으며, 방형·장방형·원통형 등 형태가 다양하다. 이러한 형태를 기본으로 여러 가지로 변화를 주어 그 모양이 수십 종에 달하며 시문된 문양 또한 다채롭다.
현존하는 향로의 문양을 보면 상감시문된 예는 없고, 모든 문양은 동기의 특성을 나타내기 위하여 양인각(陽印刻)으로 찍어낸 섬세한 문양으로 그 형태와 아울러 중국 고동기의 문양을 모방하였다. 그러나 고동기를 그대로 모방한 것이 아니라 형태와 문양을 변형시켜 고동기의 맛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어, 고동기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이 향로도 고동기의 복잡하고 육중한 형태와 장식·문양을 단순화하고, 적절하게 새로운 요소를 가미하여 단아하고 경쾌하게 만든 것이다. 향로 측면에 시문된 각 부의 뇌문(雷文)은 고동기의 지문(地文)이지만 주문양인 기봉문은 크게 변형되었고, 제일 밑의 완자문이나 전 위에 음각으로 시문된 당초문은 일반 고려청자에 시문되는 문양이다.
바닥 모서리에 있는 4개의 향로의 발도 수각(獸脚)에서 변형된 당초양식의 운형(雲形)으로, 변형된 여의두문(如意頭文)이나 반룡문 같기도 하지만 고동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유약은 인종(仁宗, 재위 1122~1146) 장릉(長陵) 출토 청자의 비색 유약과 같은 계통으로 기포가 많은 실투성(失透性)이다. 작품은 빙렬(氷裂)이 없어 아름다우며, 유약이 몰려 두꺼워진 곳은 보석처럼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