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33.5㎝. 일본 야마토분가관[大和文華館] 소장. 고려청자 정병은 물론 우리나라 정병 중에서 가장 특이한 장식의장(裝飾意匠)을 보이는 유일한 예이다. 고려 시대 청자정병 중에 견부(肩部)의 주구(注口)가 용머리 형태로 장식되거나 문양이 다양하고 호사스러운 사례는 있지만 동체 전체를 아홉 마리의 용으로 장식한 예는 이 작품뿐이다.
이 정병의 구룡장식은 석가 탄생설화 중에 구룡토수(九龍吐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즉 팔상도(八相圖) 중 탄생한 아기 석가에게 하늘에서 구룡이 물을 토하는 장면에서 정병을 관욕기(灌浴器)라고 부르는 연유를 짐작할 수 있다.
일반 정병의 맨 위쪽에 높이 솟은 기다란 관(管)이 이 정병에서는 용이 우뚝 솟은 형태로 형상화되었고, 그 밑에 있는 둥근 원반 위에도 용머리 넷이 장식되었고, 정병의 목과 어깨가 맞닿는 곳에도 용머리 셋이 있으며, 어깨 끝에 있는 주구(注口)도 목까지 표현된 용머리로 나타내어 모두 구룡이 장식되었다.
또한, 용머리는 머리장식만으로 끝난 것이 아니고 정병의 몸부분과 몸체로 이어져 섬세한 양각과 음각으로 파도 속에서 구룡이 꿈틀거리고 있다. 비색 유약은 광택이 빛나고 투명하며 빙렬(氷裂)이 있고, 몸체 하부의 유약은 가마에서 잘 녹지 않은 상태로 제작딘 이후 산화가 촉진되어 황갈색을 나타낸다.
용의 형태는 고려 시대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코끝과 연결된 윗입술이 길게 과장된 모습이며, 눈에는 자토(赭土 : 산화철을 많이 포함한 붉은색의 흙) 점을 찍었다. 아름답고 투명한 비색 유약과 구룡이 입을 벌려 하늘로 물을 토하는 형상, 그리고 단아한 정병에 조각된 파도 속의 용신이 잘 어우러져 멋있는 특이한 조형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