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인의 후예 (Cain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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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작품
황순원(黃順元)이 지은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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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황순원(黃順元)이 지은 장편소설.
내용

황순원(黃順元)이 지은 장편소설. 1953년 9월부터 1954년 3월까지 ≪문예 文藝≫에 연재되었고, 1954년중앙문화사(中央文化社)에서 단행본으로 간행하였다. 광복 직후 북한의 공산정권 치하에서 정치적 시련을 겪던 끝에 자유를 찾아 남하할 것을 결심하게 되는 한 지식인의 삶의 과정을 통해 당시의 이념대립의 격동적 현실을 그린 저자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유년기에서 성숙기로의 통과제의를 기조로 하는 초기 단편의 시(詩)의 세계를 청산하고 근원적인 악의 상황 속에서의 인간의 가치를 물음으로써 역사적 현실을 인식하게 하여준다. 그의 장편소설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일제강점기 말 전쟁을 피해 고향에 내려와 야학을 하다가 광복을 맞은 박훈은 토지개혁의 실시나 반동지주의 숙청 단행 등의 소문이 실현되면서 급박한 처지에 놓인다.

지주계급인 박훈에게 가해지는 박해에서 오는 갈등은 충직한 마름이었다가 농민위원장이 된 도섭 영감의 노골적인 적의와, 그러한 아버지의 변심을 탓하는 오작녀의 사랑의 대립 속에서 고조된다. 농민대회가 벌어진 날 훈의 조부의 송덕비마저도 도섭 영감의 도끼에 넘어지고 만다.

이웃 여인은 훈의 집 살림을 훔치려 들고, 조부의 엄한 가르침 속에 자라난 당손이까지도 염탐꾼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등 고통은 나날이 가중된다. 반동지주의 아들로 전락해버린 훈의 사촌동생 혁마저도 ‘저쪽 사람들’ 못지 않게 뜨거운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음을 알게 된 훈은 깊은 슬픔에 빠진다.

그러한 아수라장 속에서도 끝내 한결같은 순정으로 훈을 돌보는 오작녀는 그와의 신분상의 차이도 차이지마는 이미 남의 아내인 윤리의 장벽을 넘지 못해 속으로만 뜨겁고도 애처로운 사랑의 불꽃을 태운다. 반동지주의 숙청이라는 사나운 회오리바람이 훈의 집까지 밀어닥친 그날, 오작녀는 훈과 이미 부부사이가 되었다고 거짓말을 하여 훈의 위급을 모면시킨다.

사촌동생도 미쳐 날뛰는 도섭 영감을 보다 못해 죽이려 계획하고, 이를 눈치챈 훈은 차라리 자신이 그 일을 대신하리라 결심한다. 그러나 훈의 결행이 실패로 돌아가 오히려 도섭 영감에게 살해를 당할 위기에 처하고 그 순간에 나타난 오작녀의 동생 삼득은 훈을 살려주며 누나와 함께 떠나라고 당부한다. 훈은 비로소 모든 것을 깨닫고 오작녀에게로 달려간다.

이 작품은 고향회귀와 식민지시대의 결산과 함께 해방문학의 주요 제재였던 남북분단 이후의 고통을 그림으로써 고발문학적 성격을 가지기도 한다. 황순원의 첫 장편소설인 <별과 같이 살다>(1950)에서 단순히 주인공의 좌절감의 대상으로 그려졌던 배경적 요소가 이 작품에서는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는 장애 또는 거부의 상황으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급박한 격동의 시기를 배경으로 삼음으로써 오작녀의 서정적 사랑을 대비적으로 강조하였고, 피비린내 나는 숙청과 오작녀의 사랑, 서사와 서정, 겨울과 봄, 원죄와 속죄 등의 양면성이 이 작품을 관류한다. 박훈과 오작녀의 사랑은 역사적 인식의 추구를 원하는 지성인에게는 시대적 상황의 기대에 빗나간 비겁한 태도라고 지적된다.

또 한편으로는 인간의 선(善)과 사랑이 악을 위시한 모든 것을 포용함으로써 승리를 구가하게 한 근원적 정서로 표출되었다고 긍정되기도 하였다. 공산주의라는 이념이 부르는 상황적인 악이, 천성적으로 선하나 다만 기회주의적 인물인 도섭 영감을 살기로 충만시키면서 주인공 훈은 관조적이고 수동적인 인간형에서 점차로 카인의 피가 되살아난 행동형의 인간으로 변신한다.

인간의 근원적인 악에 내몰린 훈은 그 악을 대신하여 스스로 속죄양(贖罪羊)이 될 각오를 하지만 이들을 구제하는 것은 오히려 사랑과 관습에 구속되어 끝까지 자기동일성을 지킬 수 있었던 오작녀와 삼득이, 당손이 할아버지들 쪽이다.

작품의 중반 이후부터 전개되는 피와 살육·자살·전염병으로 인한 죽음을 빚는 인간의 근원적인 악의 문제는 그 뒤 <나무들 비탈에 서다>(1960) 등의 전쟁이라는 극한상황 속에서의 인간구원의 문제를 다룬 일련의 작품에서도 지속되었다. 1950년대 한국 전후문학에서 문학사적 의미를 가지는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참고문헌

「식물적 인간상-카인의 후예를 중심으로-」(이어령, 『사상계』, 1960.4.)
「분단현실과 문학」(천이두, 『한국소설의 관점』, 문학과 지성사, 1980)
「실존적 현실과 미학적 현현」(이태동, 『현대문학』, 1980.11.)
「한국 전후소설의 현실극복의지」(한승옥, 『숭실어문』 3, 숭전대학교국어국문학회,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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