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생명몽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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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몽유록
강도몽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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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 연대 미상의 한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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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 · 연대 미상의 한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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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연대 미상의 한문소설. 필사본. 몽유록 유형의 소설이다. 내용은 몽유자(夢遊者)인 피생(皮生)이 임진왜란 때 죽은 시체를 거두어 장례지내는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사인(士人) 이헌(李憲)과 상인(常人) 김검손(金儉孫)의 주장을 듣고 이들을 질책하며 위로하다가, 꿈에서 깨어났다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꿈을 꾸는 입몽 과정과 꿈을 깨는 각몽 과정을 가지는 공식을 가지고 있다. 한편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하면서 난리 중의 관료들의 행위를 규탄하면서 반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원생몽유록(元生夢遊錄)」, 「달천몽유록(達川夢遊錄)」, 「강도몽유록(江都夢遊錄)」 등과 함께 현실비판 몽유록으로 분류된다.

국립중앙도서관에 「강도몽유록」과 함께 묶여 있는 필사본이 있으며, 북한에 있는 1626년의 필사 기록이 있는 『화몽집(花夢集)』에도 들어 있다고 한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오래지 않은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여강(驪江:경기도 여주) 땅의 피달(皮達)은 성품이 강개(慷慨)한 인물로, 천하를 두루 유람하기 위해 길을 떠나 원적산(圓寂山) 아래에 이른다. 어둠이 깔린 길에 그대로 드러난 썩은 뼈를 대하고 탄식하는 내용의 시를 읊는다.

한 야승(野僧)을 만나 전쟁터가 아닌데도 해골이 이리 많이 드러나 있는 까닭을 묻자, 야승은 임진왜란 당시 서울의 많은 백성들이 피란 길에 죽임을 당한 사실을 이야기한다.

또한 전쟁이 끝난 지 10년이 지난 지금에야 원외(員外) 벼슬을 하는 이극신(李克信)이라는 자가 서울로부터 찾아와 그 부친의 뼈를 거두어 후히 장사지낸 사실을 개탄하며 얘기한다. 피달이 고개를 넘어 마을에서 묵는 중 잠이 든다. 꿈에 이헌(李憲)이 나타나 원통함을 하소연한다.

자기의 맏아들인 이극신은 높은 벼슬에 있으면서도 아비의 시신을 거두어 장사지낼 생각을 하지 않기에 자신이 그의 꿈에 나타나 거듭 얘기를 했음에도 듣지 않다가, 세상 사람의 구설(口舌)을 막기 위해 아비의 뼈를 거두어 장사지낸다는 것이 다른 사람의 뼈를 잘못 거두었다고 한다.

자신이 그의 꿈에 나타나 꾸짖어 잘못을 알게 되고서도 아비 장례를 두 번 치른다는 세간의 비난을 꺼려 고치지 않는다며 개탄한다. 이 때 역리(驛吏) 신분의 김검손(金儉孫)이 나타나, 이극신이 자신의 시신을 거두어 장사지낸 것은 삼생(三生)의 인연에 맞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자기와 이헌의 처는 전생에 고려시대 종의 신분으로서 사랑을 나누다가 주인에게 장살(杖殺)되어 죽었는데, 이극신은 그때에 난 아들의 영(靈)이 태어난 것이라면서, 이극신이 자신을 장사 지낸 것은 삼생의 인연에 비추어 마땅하다고 한다.

피달이 전생의 인연보다 차생의 인연이 중함을 들어 설득하니 김검손은 받아들인다. 그리고 나서 김검손과 이헌은 함께 이극신의 사람됨이 탐학한 것을 비난한다. 피달이 장자(莊子)의 논리를 이끌어 와, 삶과 죽음의 이치로써 이헌을 일깨운다. 먼 절에서의 종소리와 들에서의 닭울음 소리에 놀라 깨니 한 꿈이었다.

17세기에 지어진 몽유록 작품들은 이민족(異民族)의 침략에 의한 민족 수난의 문제와, 민족 수난을 야기시킨 반동적 봉건관료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바, 「피생명몽록」에도 그러한 면이 뚜렷이 나타난다.

부친에 의해 ‘마침내 삼족(三族)이 멸해지고 부관참시(剖棺斬屍)의 형을 면키 어려울’ 만큼 패덕한 인물로 거론되는 이극신은 당대의 실존 인물로, 부패하고 부도덕한 봉건관료의 전형이었다. 금이(金伊)와 목환(木歡)을 장살하는 인물 염흥방(廉興邦) 또한 고려 공민왕 때의 실존 인물로서 탐학한 벼슬아치였다.

「피생명몽록」은 특히 중세적 신분 모순의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김검손이 밝힌 이야기 속에는, 전생으로부터 차생에까지 이어지면서 벗겨지지 않는 강고한 신분질서의 질곡(桎梏)이 빚어내는 비극과 그것의 근원적 부당성이 여실히 부각되어 있다.

임진왜란에 죽은 역리 김검손은 전생에 개성의 염흥방 시랑의 종으로서 이름은 금이였고, 이헌의 아내가 된 여자는 전생에 이름이 목환으로서 염흥방의 가희(歌姬)였다. 염흥방의 휘하에 있으면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밀회를 거듭하다가 마침내 목환이 임신을 해 사내아이를 낳게 되었다.

염흥방에게 사실이 발각되고 함께 장살되어, 태어난 아이와 함께 홍교(紅橋) 곁에 버려졌다. 명사(冥司)에서 죄 없이 죽임을 당했다고 판결되어 세상에 환생시켜 줌으로써, 여자는 권씨(權氏)의 딸이 되고 자신은 김가(金哥)의 아들이 되었다.

마땅히 부부의 인연을 이루어야 했으나, 나라의 습속에 사족(士族)과 상서(常庶)의 구분이 있어 또다시 혼인을 이루지 못하였다. 「피생명몽록」은 현실 모순의 문제들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그 극복의 논리를 제시해 준다.

피달은 장자의 논리를 이끌어 와 시신이 제대로 거두어졌건 장사지냄이 후하건 박하건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잠깐 깃들임’의 인간 세상의 인연을 초월하여 우주를 바라볼 것을 일깨운다.

이는 현실초극(現實超克)의 심오한 사상성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한편 작품에서 제기된 어느 문제도 당대 현실의 구조 속에서는 변혁되기 어려운 것이라는 작자의 절망이 반영되어 있기도 한 것이다.

참고문헌

「17세기 몽유록의 역사적 성격-피생명몽록을 중심으로-」(장효현, 『한국고소설의 재조명』, 한국고소설연구회 편, 아세아문화사,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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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자
장효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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