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높이 82㎝. 해인사의 조사(祖師)였던 희랑대사의 모습을 조각한 것이다. 나이 많은 대덕(大德: 덕 높은 승려)이 고요한 산사에서 선정삼매(禪定三昧)에 든 모습을 특징적으로 묘사하였다. 길고 큼직한 머리는 파격적인 모습이다. 머리카락이 없는 머리 부분에서 눈 있는 부위로 내려오면서 약간 좁아진다. 그러다가 그 아래로 점점 넓어져 뺨 부위가 가장 확장되었다. 여기에서 턱까지 급격히 좁아지면서 삼각형 턱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인상적인 광대뼈의 표현과 함께 비범하고 괴이한 노스님의 얼굴을 명쾌하게 나타냈다.
여기에 영롱하고 형형한 눈동자, 이마·눈초리에 나타나는 세 가닥의 굵은 주름과 입 주위로 보이는 깊은 주름 등은 연륜의 깊이와 함께 선정의 넓이를 잘 보여준다. 얼굴에서 내려온 목은 학같이 긴 편이다. 앙상하게 불거진 뼈대는 얼굴과 조화를 이룬다. 상체도 수척한 모습으로, 옷 속에 표현된 체구는 앙상한 노구임을 분명히 느끼게 한다. 앙상한 가슴뼈, 가냘픈 어깨와 팔의 선, 노쇠한 체구, 뼈마디가 여실하게 드러난 기다란 손등은 이를 잘 보여주는 특징이다.
옷은 장삼을 입고, 그 위에 가사를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로 걸쳤다. 가사를 맨 매듭 장식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였다. 장삼은 흰색 바탕에 붉은색 점과 녹색 점을 섞어 꽃무늬처럼 그려 넣었다. 가사는 붉은색 바탕에 녹색의 띠를 엇갈리게 묘사하였는데 많은 천을 기워 만든 분소의(糞掃衣)를 나타낸 것이다. 가사의 붉은색 밑에 금색이 간간이 보이는데, 원래는 도금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희랑대사좌상은 나무를 깎아 만들었기 때문에 목조에서 풍기는 인간적인 따뜻한 정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생략할 곳은 과감히 생략하고, 강조할 곳은 대담하게 강조하여 노스님의 범상하지 않은 위용을 사실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화엄종 북파(北派) 조사의 진면목을 적절하게 묘사한 희랑대사좌상은 10세기 중엽 조각 가운데 최고의 걸작품이자 진영(眞影) 조각의 진수를 보여준다. 무언의 형상을 통해 화엄종의 진리를 전하고 있는 우리나라 초상 조각의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