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은 양천(陽川). 자는 사아(士牙), 호는 송호(松湖)·강호거사(江湖居士). 좌찬성 자(磁)의 아들이며, 목(穆)의 할아버지이다.
어릴 때부터 학문을 즐기고 박람강기(博覽强記)하며, 심성이 높고 깨끗하여 이달(利達)에 마음을 두지 않았다. 아버지가 문정왕후 때 이기(李芑)의 모함으로 홍원에 귀양감을 보고 벼슬을 단념하였다.
아버지가 유배지에서 죽자, 여막살이로 죽을 먹으면서 매우 슬퍼하였다. 복상을 마치매 행의(行誼) 때문에 전감사별제(典監司別提)에 제수되었으나 출사(出仕)하지 않고, 40년간 강호에 방랑하면서 옛사람의 책으로 자오(自娛)하고 교유를 사절하였다.
다학박식하여 만물의 변에 능통한 정작(鄭碏)·이지함(李之菡)·양사언(楊士彦)·김태균(金太鈞)과 교계(交契)가 특별히 깊었다. 임진왜란 때 토산(兎山)에서 피난하던 중 죽었다. 아버지가 편찬하던 『역대사감(歷代史鑑)』을 완성하였다.
저서로 『송호유고』가 있으며, 시조 7수와 가사 「서호사(西湖詞)」(일명 서호별곡) 1편이 허목이 엮은 『선조영언(先祖永言)』에 수록되어 전한다. 「서호별곡」은 양사언의 친필사본 첩책(牒冊)에도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