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가(湖南歌)」는 서술자가 제주도에서 호남 지방으로 건너와 여러 지명을 하나씩 들어가며, 지명의 뜻을 살려 그 지방의 특색과 풍경 등을 노래하는 내용이다. 자료를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함평천지(咸平天地) 늙은 몸이 광주(光州) 고향(故鄕)을 보랴하고 제주어선(濟州漁船) 빌려타고 해남(海南)으로 건너갈제 흥양(興陽)의 돋는 해는 보성(寶城)에 비쳐있고 고산(高山)에 아침안개 영암(靈巖)을 둘러있네 태인(泰仁)하신 우리성군(聖君) 예악(禮樂)을 장흥(長興)하니 삼태육경(三台六卿) 순천(順天)이요 방백수령(方伯守令)이 진안(鎭安)현이라(후략)
노랫말은 “함평 천지 / 늙은 몸이 /광주 고향을 / 보랴 허고 // 제주 어선 / 빌려 타고 / 해남으로 / 건네갈 적”과 같이, 4음보를 정확하게 지키고 있다. 이 노래에서는 함평, 광주, 제주, 해남, 흥양, 보성, 고산, 영암, 태인 등 호남 지방의 54개 지명을 차례대로 노래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호남가」는 지명 가사의 성격이 강하다. 지명을 열거하는 지명 가사는 지리 학습과 더불어 애향심 고취를 목적으로 창작되었다. 그런 이유로 조선 후기에 각 지역에서 지명 가사가 다수 창작되어 폭넓게 유통되었고, 그 가운데 「호남가」가 인기가 가장 높았다. 장단은 중모리이며, 조(調)는 평우조(平羽調)로 부르는 것이 원칙인데, 평조(平調)에 계면(界面)을 섞어 부르기도 하였다. 단가(短歌)뿐 아니라, 가야금병창으로도 활발하게 연주되었다.
「호남가」에는 단가(短歌) 계열과 가사(歌辭) 계열이 존재한다. 단가 계열 「호남가」는 서술자가 제주도에서 호남 지방으로 건너와 각 고을을 두루 돌아다니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신재효의 「호남가」와 『정선조선가요집』의 「호남가」, 단국대본 「호남가」, 유성기 음반에 수록된 「호남가」 사설이 이에 해당한다. 일제강점기 때 유성기 음반으로 발매되었고, 현재까지도 단가로 불리고 있다. 특히 임방울(林芳蔚)이 불러 유명해졌다. 가사 계열은 지명을 풀이하면서 호남의 각 고을을 두루 다니고 제주도로 건너가 한라산 등을 둘러보는 방식으로 구성되며, 격양가(擊壤歌) 풍으로 끝을 맺는다. 가사 계열은 정익섭본, 해동유요본, 천리대본, 악부본, 고가요기초본 등이 있다.
「호남가」의 작자와 창작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가장 유력한 것은 신재효(申在孝) 창작설이다. 신재효가 당시에 널리 유통되던 지명 가사 「호남가」 텍스트를 저본으로 재창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19세기 중엽 신재효에 의해 고쳐진 「호남가」 사설이 사본(寫本)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