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이씨(李氏). 본관은 전주(全州), 호는 추파(秋波). 경기도 광주 출생. 효령대군(孝寧大君)의 후손이며, 화순현감을 지낸 석관(碩寬)의 손자이다. 10세에 이미 수백 권의 글을 읽어 천재라고 일컬어졌으며, 19세에 남해의 방장산(方丈山)에 들어가 승려가 되었다.
처음에는 편양문파(鞭羊門派)의 조관(慥冠)에게 배웠으나 그 뒤 여러 사찰을 다니면서 선지식의 지도를 받았고, 나중에 벽암문파에 속하는 성안(性眼)의 법을 이었다. 선종(禪宗)과 교종(敎宗)에 두루 통하였으나 만년에는 주로 염불에 귀의하여 후학을 가르쳤다.
또, 유교에도 밝아 불교의 여(如)로써 『중용』의 비은(費隱)에 대비하는 등 유석(儒釋)의 동이(同異)를 밝히는 데 관심을 보였다. 세속을 싫어하고 마음을 늘 서방정토에 두었으며, 인자함과 정열과 성의를 갖춘 선사로서 제자들의 존경을 받았다.
또한, 빼어난 문장으로 이름을 얻었으며, 청암사(淸巖寺)심적암(深寂庵)에서 입적하였다. 법맥은 선수(善修)―각성(覺性)―진언(震言)―정혜(定慧)―성안―홍유로 이어진다. 제자로는 문연(文演)·천제(天濟)·관식(慣拭) 등이 있다. 제자들이 영정(影幀)을 심적암에 안치하였고, 탑을 옥류동(玉流洞)에 건립하였다. 저서로 『추파집』 3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