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국문필사본. 호랑이의 도움으로 잘 살게 된 효부에 관한 민간설화를 소재로 한 작품이나, 그 문학적 형상화는 미흡한 수준의 범작이다. 조동일(趙東一)이 소장하고 있다.
태조대왕 즉위 초년에, 충청도 옥천에 군자로 이름 있는 최만상이 1남 1녀를 두었다. 딸의 이름은 벽현으로, 16세에 그 고을 박취의 아들 일근과 성혼하였다. 그러나 일근이 여섯삭 만에 병으로 죽고 시어머니 유씨도 죽어, 눈이 어두운 시아버지를 극진히 봉양하며 살았다.
하루는 친정어머니가 병들었다는 전갈을 받고 뵈러 가는 길에 큰 범을 만났으나, 자신의 사정을 간곡히 호소하니 범이 길을 인도하여 준다.
친정에 이르러 보니 자신을 다른 곳에 재가시키려는 친정 식구들의 계교인 것을 알고 바로 시댁으로 돌아가 시아버지를 뵌다. 그리고 통곡하며 범의 앞에 엎어지니, 범은 잡아먹기는커녕 오히려 그날부터 쌀과 고기를 물어다준다.
어느날 벽현의 꿈에 범이 나타나 함정에 빠져 위급함을 호소하기에 벽현이 그곳으로 찾아가 보니, 과연 함정에 빠져 관원들에게 죽임을 당할 지경에 놓여 있었다.
벽현이 관원들 앞에 나아가 호소하고, 마을의 김원창이 또한 변호하였다. 그리고 벽현은 고을 원이 보는 앞에서 범의 입에 손을 가져다 대어 그것을 징험한다. 이윽고 범의 등에 타고 집에 돌아오며 원도 뒤를 따른다.
박취가 이 소식을 듣고는 눈이 떠지고 다리가 펴진다. 감사가 임금께 장문을 올려 벽현은 정렬부인에 봉해지고 아버지와 시아버지, 그리고 망부(亡夫)에게 모두 벼슬이 주어진다. 모두 장수하고 영화를 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