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란 소리하는 사람 한 명과 북치는 사람 한 명, 그리고 판을 이루는 구경꾼으로 이루어지는 무대예술을 말한다. 소리하는 사람은 소리와 대사(아니리) · 몸짓(발림)을 하며, 북치는 사람은 소리하는 사람의 가락에 따라 북을 쳐서 장단을 맞추며 신명난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판소리는 지역적 특성과 전승 계보에 따라 전라도 동북지역의 동편제, 전라도 서남지역의 서편제, 그리고 경기도 · 충청도의 중고제로 나뉜다. 판소리는 원래 열두 마당이었으나 일제강점기에 거의 사라졌고 현재는 춘향가 · 심청가 · 흥보가 · 수궁가 · 적벽가의 다섯 마당만 남아 있다.
이 춘향가는 동초 김연수(金演洙, 1907∼1974)가 기존의 판소리를 새롭게 재구성한 작품이므로 그의 호를 따서 동초제(東超制)라 한다. 2000년 5월 16일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현, 무형유산)로 지정되어 예능보유자 방야순(方也順)에 의해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
「춘향가」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의 하나로, 남원부사의 아들 이몽룡(李夢龍)이 퇴기 월매의 딸 춘향과 사랑하다가 헤어진 뒤, 춘향이 남원 신임 사또의 수청을 거절하다가 옥에 갇힌 것을 이몽룡이 어사가 되어 구한다는 내용이다. 동초제 춘향가는 정정렬제 춘향가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내용에 있어서는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다른 춘향가와 같이 크게 백년가약 · 이별 · 수난, 그리고 재상봉으로 나누어지나, 처음부터 다른 춘향가와는 달리 ‘기산영수’ 대신 정정렬제 더늠인 ‘꿈 가운데 어떤 선녀’로 시작하고, 정정렬제에 없는 ‘기산영수’ · ‘산세타령’ 등의 옛 더늠을 넣었으며, 천자풀이 · 사랑가 · 이별가 · 신연맞이 · 기생점고 · 십장가 · 옥중가 · 과거장 · 농부가 · 옥중상봉 · 어사출또 같은 주요 대목은 정정렬제를 따랐다. 여기에 만복사제 · 맹인문복 · 과부등장 등이 더해졌다.
동초제 춘향가는 김연수 명창에 의해 시작되어 국가무형문화재(현,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예능보유자인 오정숙을 통해 꽃을 피웠다. 사설의 똑떨어짐과 뛰어난 음악성으로 오늘날 판소리꾼들이 가장 즐겨 부르는 소리로 거듭나고 있다. 광주의 예능보유자 방야순(예명 방성춘)은 광산구에서 태어나 박채선 · 공대일 · 정광수에게 배우고, 오정숙에게서 동초제 춘향가를 전수받았다.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그 맥을 전승해오며 많은 후학들에게 동초제를 전수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의해 훼손된 판소리이지만, 동초제라는 새로운 「춘향가」가 판소리의 하나로 전승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