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경제학자 프리츠 슈마허가 거대기술이 아니라 환경친화적이고 중간기술을 제안함으로써 본격적으로 고려되기 시작했고, 많은 지지자를 얻었다. 이들은 선진국에서 개발된 첨단 기술이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의 주민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를 끼치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들 지역을 진정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여 적용하려 했다. 이들 기술은 주민들도 제작하고 작동할 수 있는 기술들로 지역 친화적, 환경 친화적인 것이다.
인도의 마하트마 간디는 서구의 방직기계를 거부하고 인도 전통의 물레를 이용해서 면화를 가공했다. 적정기술의 연원은 서구의 거대 기술이 인도에 적합하지 않다고 본 간디의 생각에서 찾을 수 있다. 1960년대에는 슈마허가 중간기술을 제안했고, 이 생각은 1970년대와 80년대에 널리 퍼졌다. 개발된 기술은 자연의 힘을 이용한 소형 에너지 생산기술 같이 환경친화적인 것이 많았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와서 적정기술이란 이름은 쇠퇴하고 지속가능한 기술이 주목을 받게 된다.
태양열을 이용한 온수생산 장치, 음용수 살균장치, 바람개비를 이용하여 지하수 퍼올리는 장치, 태양열 과일 건조장치, 태양열 조리기, 물병이용 태양조명 장치, 발로 돌리는 양수기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었고, 널리 사용되었다. 태양열 조리기 중에는 인도에서 대규모 식당에 적용되어 큰 성공을 거둔 것도 있다. 이들 기술은 모두 화석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석유에 의존할 경우 결국 수입되는 석유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결국 외부에 의존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역의 특성에 맞는 적정기술은 꾸준히 개발되어 적용되고 있다. 필리핀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물병이용 태양조명 장치나 인도의 태양열 조리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1970년대에 활발하게 일어났던 하나의 대항운동으로서의 적정기술 개발과 보급은 쇠퇴했고, 현재는 이념의 색채는 사라진 채로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서구의 첨단기술, 거대기술이 아니라 지역의 특성에 맞는 기술이 진정으로 그 지역 주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적정기술 운동은 개발도상국에서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