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유상옥 소장본.「대반야바라밀다경」은 그 약서명(略書名)으로 「대반야경(大般若經)」이라 칭한다.
당(唐)나라 현장(玄奘)법사가 한역(漢譯)한 「대반야경(大般若經) 600권」은 대장경(大藏經) 가운데 가장 방대한 경전(經典)으로, 대승불교(大乘佛敎)의 핵심인 공사상(空思想)을 설파(說破)하고 있으며, 한역(漢譯)대장경의 시발(始發)인 북송 개보칙판대장경(北宋開寶勅板大藏經) 조조(雕造)의 기저(基底)가 된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의 목록에서도 그 첫머리에 수록되어 있다.
「대반야경」은 대승불교에서 ‘일체의 모든 존재물(存在物)은 인연(因緣)을 따라 생겨났다가 이내 덧없이 없어지는 것이므로, 그 자체에는 실체(實體)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집착하는 마음을 갖지 말라’는 이른바 공(空)사상을 기본 사상으로 하고 있다.
고려초조대장경의 「대반야경」 600권 중 그 잔권(殘卷)인 위의 3권(권162, 170, 463)은 모두 닥종이(楮紙)에 찍은 목판본을 여러 장(張) 연결하여 붙여서, 각각 두루마리처럼 말아서 보존할 수 있도록 장책(裝冊)한 권자본(卷子本)으로 만들어져 있다. 특히 권162의 권말(卷末)에는 묵서(墨書)로 된 발원기(發願記) 기록이 첨가되어 있다. 이 기록에 의하면 ‘고려국(高麗國) 김해부(金海府)의 호장(戶長)과 예원사(禮院使)를 겸하고 있던 허진수(許珍壽)가 국왕(國王)과 국가의 평화를 빌고, 살아 계신 어머니의 수복(壽福)과 돌아가신 아버지의 명복(冥福)을 빌기 위해 1046년(정종 12)에 이 경(經)을 찍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권자본의 인출(印出)과 관련한 절대년도(絶對年度)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기록으로 간주(看做)된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발원(發願) 기록은 처음으로 나타난 것이며, 앞으로 동일한 초조대장경의 간행시기를 추정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초조대장경은 재조대장경(해인사대장경)과 비교해 볼 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우선 목판의 새김이 매우 정교(精巧)하고, 각 판의 권말(卷末)에 판각(板刻)한 연도(年度)를 적은 기록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초조대장경의 각 경판에는 군데군데 피휘(避諱: 문장에 선왕의 이름자가 나타나는 경우 공경과 삼가의 뜻으로 글자의 한 획을 생략하거나 뜻이 통하는 다른 글자로 대치하는 것)와 약자(略字)가 나타난다. 그리고 초조대장경은 그 경판(經板)의 장수(張數)를 표시하는데 있어서 대체로 ‘장(丈)’자나 ‘폭(幅)’자를 쓰는 데 반하여 재조대장경은 ‘장(張)’자로 통일되어 있다.
「대반야경 600권」은 종래 일본(日本) 일기(壹岐) 안국사(安國寺)에 동일한 판본의 소장사실이 알려졌으나, 안국사본은 모두 절첩본(折帖本)의 형태였다고 한다.
반면에 위 초조본 대반야바라밀다경 권162, 170, 463은 모두 권자본(卷子本)의 형태로 장책(裝冊)되어 있다.
위 3권의 초조본(初雕本) 「대반야경」은 그 인쇄 및 보존 상태로 보아 동일(同一)한 시기(時期)에 인출(印出)되었을 것이라 보여지는데, 이 중 권162의 권말(卷末)에 묵서(墨書)된 발원기(發願記: 1046)에 의하여 그 인출연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인출의 발원(發願)한 사람은 김해부(金海府)의 호장(戶長)인 허진수(許珍壽)이다.
목판본, 권자본(卷子本), 3권(卷) 3축(軸).
책 크기: *권162: 25.5㎝×49.8㎝, 권170: 25㎝×50.5㎝, 권463: 25.5㎝×50㎝
상하단변(上下單邊). 광고(匡高): 22.5㎝, 권170: 22.2㎝
각장(各張) 25행(行) 14자(字)씩 배열
함차(函次): 권162: 寒(한). 권170: 崑(곤)
표지: 원래 표지는 탈락되고, 새로운 감색(紺色) 표지로 장책(裝冊)됨
「대반야경」권162는 교량공덕품(校量功德品)의 일부인데, ‘반야경(般若經)의 교리를 닦아서 얻는 공덕(功德)이 크다.’는 것을 비교하여 보여주고 있다.
「대반야경」권170은 수희회향품(隨喜廻向品)의 일부인데, ‘보살(菩薩)은, 자기가 아니고 다른 사람의 공덕이라도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그 공덕으로 중생(衆生)들이 깨달음을 얻도록 회향(廻向)한다’는 내용이다.
「대반야경」권463은 교편품(巧便品)의 일부와 수유품(樹喩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보살이 부처가 되는 지혜에서 묘한 수단과 방법을 배워야 함’과 ‘나무를 심고 가꾸듯이 모든 사람을 위하여 수고를 아끼지 않고 수행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위 3권(卷) 3축(軸)의 고려 초조본(初雕本) 「대반야경」은 권162 권말(卷末)의 묵서(墨書) 발원문(發願文)에 의하여, 1046년에 인출(印出)된 기록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고려 초조대장경의 판각(板刻) 및 인출(印出)과 관련한 서지학적 연구에 그 자료적인 가치가 매우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