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1권 1축. 호림박물관 소장(所藏).
고려 초조대장경 중 소승(小乘)의 논부(論部)에 속하는 60권본 「아비담비파사론(阿毗曇毗婆沙論)」의 인출본(印出本) 중에서 그 잔권(殘卷)인 권제16의 권자본을 말한다.
「아비담비파사론」 60권본은 북량(北涼)의 부타발마(浮陀跋摩)와 도태(道泰) 등이 서기 437년에 한역(漢譯)한 「아비달마대비파사론(阿毘達磨大毘婆沙論)」의 구역(舊譯)을 일컽는 것이다. 이 논(論)은 처음 100권본이었는데 병란(兵亂)에 산실(散失)되어 60권만 잔존(殘存)하고 있다. 그 내용은 「아비달마발지론(阿毘達磨發智論)」의 ‘8온(蘊)’ 중 제3온까지의 내용을 그 주석(註釋)으로 수록하고 있다. 이 부분은 당(唐) 시대 현장(玄奘)이 다시 번역한 「아비달마대비파사론」 200권본 중 제1권부터 제111권까지의 내용에 해당한다.
「아비담비파사론」은 인도 초기불교의 교단(敎團)인 상좌부(上座部)에서 갈라져 나온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의 근본경전(根本經典)인 「아비달마발지론(阿毘達磨發智論)」을 주석(註釋)한 것이다. 그 내용은 당시 인도의 부파(部派)불교에서 논의된 ‘일체법(一切法 )을 다루고 있는데, 일체의 모든 것을 ‘색⋅수⋅상⋅행⋅식(色受相行識)’의 5종(種)으로 유취함을 말하는 ‘온(蘊)’을 8가지로 나누고 비평하고 논술한 것이다. 「아비달마발지론」은 경⋅율⋅논(經律論)의 삼장(三藏) 중에서 논장(論藏)의 대표적인 서적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여, 「아비담비파사론」은 성불(成佛)하는데 필요한 부처님의 지혜를 체계적으로 모아 중생들이 실천할 것을 설명하고 있는 소승불교의 논서(論書)라 할 수 있다.
위 「아비담비파사론」 권16 권자본에는 송(宋) 태조(太祖) 조부(祖父)의 이름인 ‘敬(경)’자의 겸피휘자(兼避諱字)인 ‘竟(경)’자에서도 그 마지막 획을 결획하고 있는 피휘 사항들이 보인다.
고려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의 경판(經板)에서 인출(印出)한 권자본이다. 송(宋) 태조 조부(祖父)의 이름을 피휘(避諱)한 것으로 보아 송(宋)나라 개보칙판대장경(開寶則板大藏經)의 판본(版本)을 저본(底本)으로 사용한 고려의 초조본(初雕本)임을 알 수 있으며, 그 인출 시기는 12세기로 추정된다.
「아비담비파사론」 권16은 모두 26장(張)인데, 그 첫째 장(張)의 앞부분 7행(行)이 결락(缺落)되어 있다. 판식(板式)은 상하단변(上下單邊)에 계선이 없다(無界). 상하단변의 높이 즉 광고(匡高)는 21㎝, 첫 장(張)은 23행(行) 14자(字), 둘째 장 이하는 22행 14자씩 새기고 있다. 판제(板題)는 본문 앞의 여백에 소자(小字)로 제목과 권차를 새기고, 그 아래에 여백을 조금 둔 후 장차(丈次)와 함차(函次)를 새기고 있다. 권자본 「아비담비파사론」 권16은 초조대장경 함차의 ‘分(분)’함에 포함되어 있다.
이 권자본은 권수제(卷首題)가 포함되어 있는 제1장(丈: 張)의 탈락으로 인하여, 권자본의 형태가 완전하지 못하여 보물로 지정된 것으로 보인다. 판각(板刻)의 특징 및 인쇄의 상태와 지질(紙質) 등을 고려할 때, 동일 박물관에 소장되었으며 1991년 국보로 지정된 초조본 아비담비파사론 권11, 17과 같이 현종(顯宗: 1011∼1031) 당시인 11세기 전기에 판각된 목판에서 인출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