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갑(白甲)은 고려시대 중금(中禁)·도지(都知) 등과 함께 금군을 구성하던 부대의 하나였다.『고려사(高麗史)』「여복지(輿服志)」의위(儀衛)조에 행차시 호종하는 부대에 관한 규례가 나와 있는데, 중금·도지 등과 함께 백갑이 수행하고 있다. 백갑은 고려 전기에 설치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종(靖宗) 11년 5월 중금·도지와 함께 백갑의 선발 규정이 언급되고 있는데서 최소한 그 이전에는 설치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백갑은 중금·도지가 ‘반(班)’으로 표현한 것과 달리 ‘대(隊)’로 표시되어 있다. 이는 편성단위에 따른 다른 표현으로 보인다. 또한 백철갑(白鐵甲)으로 표기되기도 하였는데, 백갑과 같은 것으로 보이며 흰색 갑옷을 입은 의장병이 아니었을까 추정된다.
『고려사(高麗史)』「병지(兵志)」병제(兵制) 정종 11년 5월조의 ‘방(榜)’에 의하면 중금·도지·백갑은 따로 임명하나 또한 정인(丁人)으로서도 임명케 한다고 하였다. 백갑은 중금·도지와 함께 원칙적으로는 별도로 선발하였으나 정인, 즉 일반군인 가운데서도 선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선발 규정은 자세히 알 수 없으나 의장대였던 만큼 가문의 배경이 중요하게 작용하였을 것이다. 백갑은 견룡(牽龍)·공학(控鶴)·순검군(巡檢軍) 등과 달리 주로 의장의 임무에 더 비중이 두어진 금군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