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충청북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된 현수제승법수(賢首諸乘法數)는 명나라 초의 화엄종 승려 행심(行深)이 현수(賢首, 643~712)의 화엄학(華嚴學) 법수론(法數論)을 정리한 책이다. 11권 1책으로 1500년(연산군 6) 합천 봉서사에서 간행한 초기 판본이다.
이 책은 당초 1384년(고려, 우왕 10) 행심이 명 태조의 명으로 편찬한 것으로, 화엄학의 기본 사전으로 널리 통용되었다. 국내의 발간 경위는 등곡(燈谷)의 발문을 통해 알 수 있다. 등곡이 성화 연간에 중국본을 우연히 구하여 편리하게 보던 중 도인 경민(冏敏)이 법수를 간행하고자 청하여 이에 포쇄(曝曬)하고 번각할 수 있도록 보내주었다고 한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책을 복각하여 지금에 이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표지가 없다. 목판본으로 11권 1책(78장)이다. 사주단변으로 반곽은 18.2×13.7㎝의 크기이다. 판심의 위 아래에 대흑구(大黑口)가 있고 어미는 상하내향흑어미(上下內向黑魚尾)이다. 계선은 없으며 행자수는 일정하지 않으나 서(序)와 중편서(重編序)는 12행 20자, 본문 일부는 10행 19자다. 책 크기는 22.7×16.6㎝이다. 책의 위아래 약 3㎝ 정도를 최근 잘라낸 듯하다.
두 편의 서문과 ‘기교불조’ 다음에 권1이다. 계선으로 구획되어진 권수 아래에 고소동정사문행심편집(姑蘇洞庭沙門行深編集)이라 하였다. 권2는 따로 구분되지 않았으나, 권11까지 이어지며 권11 다음에 ‘사문본승찬법수명(沙門本勝讚法數銘)’과 ‘팔지왕제문료간(八識王諸門料間)’, 등곡(燈谷)의 발문(跋文), 발원문, 시주질, 각수질 등으로 구성되었다. 발문 끝에 ‘홍치십삼년경신자자월(弘治十三年庚申自恣月) 해인사노납등곡발(海印寺老衲燈谷跋) 경상도합천지가야산봉서사개판(慶尙道陜川地伽耶山鳳栖寺開板)’이라 하였다. 이 책보다 앞서 1435년(세종 17) 양산에서 간행된 판본으로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이 있다.
『현수제승법수』는 중국 화엄종의 3조(祖)인 현수의 화엄학 법수론을 원 말 명 초의 승려인 행심이 정리한 책이다. 책은 두 편의 서문과 기교불조(起敎佛祖), 11권의 본문, 그리고 발문으로 구성되었다.
서문은 2편인데, ‘현수제승법수서’와 ‘중편현수법수서(重編賢首法數序)’이다. 현수제승법수서는 1427년(세종 9) 쓰여진 작자 미상의 서문이다. 중편현수법수서는 1387년(고려, 우왕 13) 고소(姑蘇) 영경(寧境) 황엄주산(華嚴住山) 사문(沙門) 천태(天台) 범고(梵翶)가 쓴 것이다. 그리고 석가의 세계를 도표로 그린 ‘기교불조’가 있다. 법수는 삼계(三界) · 육도(六道) 등 법문(法門)을 숫자로 표시하여 쉽게 설명한 화엄학의 기본 사전이라 할 수 있다.
본문 끝에는 발문이 있는데, 내용과 말미의 간기를 통해 1427년(세종 9)에 간행한 중국판본을 1500년(연산군 6) 합천 봉서사에서 다시 개판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의 끝에는 간행에 참여한 등곡 등 승려와 시주질, 각수, 공양주, 발원문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1427년(세종 9) 명에서 간행된 후 조선에 수입되어 1500년(연산군 6) 다시 찍은 것이다. 중국책의 번각본이라 할 수 있으며, 전세 기간이 짧은 만큼 원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간행 연도와 장소를 알 수 있어 조선 전기 불교학과 서지학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