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 ()

회화
작품
문화재
화가 노수현(盧壽鉉)이 1920년대에 그린 산수화.
정의
화가 노수현(盧壽鉉)이 1920년대에 그린 산수화.
개설

2013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204㎝, 가로 312㎝. 고려대학교박물관 소장. 심산(心汕) 노수현은 독자적 예술세계를 구축한 근대 화단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지금까지 조사된 노수현의 1920년대 작품은 모두 32점이다. 이 가운데 창덕궁 경훈각 내벽에 부착되어 있는 「조일선관(朝日仙觀)」이 제일 큰 작품이며, 그 다음으로 큰 역작이 「신록」이다. 작품의 후면에 보성학교(普成學校) 교인(校印)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아 노수현의 모교인 보성학교가 노수현에게 제작을 의뢰하였거나 노수현이 제작하여 학교에 기증한 것으로 추측된다.

내용

화면 전체가 치밀하게 채색되어 있는 이 작품은 수리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표구된 것이다. 이 그림은 명주 네 폭을 붙여 제작된 것인데, 비단의 짜임과 깁이 아주 좋고 폭이 넓은 것으로 보아 당견(唐絹)으로 추측된다. 비단의 폭은 각각 76.5㎝, 80.6㎝, 80㎝, 74㎝로 네 폭의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 화면의 왼쪽 아래 모퉁이에 ‘심산’이라는 관서(세로 2㎝, 가로 1.4㎝)가 쓰여 있고, 그 아래에 ‘노수현’이라는 주문방인(세로 2㎝, 가로 1.5㎝)이 찍혀 있다.

제작연도는 크기, 주제, 구도, 화법으로 미루어 보아 1925년 무렵에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1924년 작인 「산촌귀목(山村歸牧)」과 전체적인 분위기와 유사하며, 산, 나무, 집, 들판, 나무꾼, 물 등의 묘사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전통적 산수화에서 근대적 사경산수화로의 이행을 보여주는 노수현의 1920년대 대표적인 작품으로 미술사적 가치가 크다.

중앙에 드높은 산봉우리를 배경으로 근경에 커다란 나무 몇 그루에 변화를 주면서 들판과 계곡이 적당히 배치된 농촌 풍경을 그렸다. 화면 가득 청록색의 경물을 배치시켜 정형화된 산수화와 차별화하였다. 선경처럼 그렸지만 숲 속에는 기와집이 있고 냇물 옆에는 잘 가꾸어진 밭이랑이 있는 등 어느 한 부분도 소홀하지 않은 섬세한 필치와 표현력이 돋보인다.

이 작품은 사경산수(寫景山水)가 아니면서도 철저한 투시법과 원근법을 적용하여 현실감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나 청록산수화로서 초록색조가 거대한 화면을 지배하고 있으면서도 화제, 구도, 화법 등은 실경산수의 근대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노수현이 서화미술회에서 배웠던 화보풍(畵譜風)을 떠나 치밀한 세부 묘사와 철저한 사생에 의거한 작품으로 노수현 산수화의 초기 특성이 잘 함축되어 있다.

구성면에서 스케일이 웅장한 대관식(大觀式) 구도와 치밀한 묘사법, 청록의 색감은 북종화의 특색을 보이기도 하지만, 준법(皴法), 찰법(擦法), 선염법(渲染法) 등을 사용하지 않은 용필 중심의 섬세성은 철저한 사생에 의거한 노수현 산수화의 초기 특성을 잘 보여준다. 일본의 근대 산수화에서 보이는 서구적인 투시법과 대상의 입체감은 근대 감각을 잘 보여준다. 또 근경(近景)의 박진감이 넘치는 사실감과 원경(遠景)의 웅위한 산정(山頂) 및 청록의 색감 등은 전통 사경화(寫景畵)에서 볼 수 없는 이질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다.

현황

「신록」은 오랫동안 고려대학교도서관에 보관되어 오다가 거의 반세기만에 1974년 동아일보사가 주최한 ‘심산 노수현 회고전’에서 다시 공개되었다. 현재는 잘 표구되어 고려대학교박물관에 보관, 전시되어 있다.

의의와 평가

작품 후면의 기록(제작의뢰 혹은 기증관련)과 작품에 낙관이 분명히 명시되어 있어 작품의 수장 과정과 진작임을 확인할 수 있다. 현존하는 노수현의 1920년대 작품 32점 중 역작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는데, 화제, 구도, 화법 등이 치밀하고 근대적 분위기를 잘 반영한 작가의 초기 양식을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이어서 미술사적으로 가치를 지닌다. 수리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표구될 만큼 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참고문헌

『근대문화유산: 회화분야 목록화 조사 보고서』(문화재청, 2007)
『근대한국화의 탐색』(고려대학교박물관, 1999)
『노수현/이용우』(이구열 외편저, 금성출판사, 1990)
• 본 항목의 내용은 관계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거쳐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공공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도에 따라 이용 가능합니다. 백과사전 내용 중 글을 인용하고자 할 때는 '[출처: 항목명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같이 출처 표기를 하여야 합니다.

• 단, 미디어 자료는 자유 이용 가능한 자료에 개별적으로 공공누리 표시를 부착하고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신 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ID
저작권
촬영지
주제어
사진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