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늪은 양산시 천성산 제2봉 아래 해발고도 798m에 형성되어 있는 산지습지이다. 화엄늪은 천성산 내원사 승려들에 의해 여러 차례 환경보전 문제가 제기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일명 ‘도롱뇽 스님’으로 알려진 천성산 내원사 지율스님은 천성산에 서식하는 꼬리치레도롱뇽을 비롯한 동식물을 지키기 위해 3년 가까이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구간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시위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화엄늪은 지난 빙기의 기후변화와 관계없이 역사시대 이후 인간의 화전농업에 의해 만들어진 습지(일부 토양주상시료의 하부에서 직경 5㎜ 내외의 숯 알갱이 발견)이다. 2002년 2월 1일에 환경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지정면적은 124,000㎡이며, 길이는 500m, 폭은 150m이다.
화엄늪이 위치한 화엄벌은 신라시대에 원효대사가 1천여 명의 제자에게 금북을 치며 화엄경을 설법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1천 명의 승려가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천성산’이라는 이름이 생기게 되었다.
원적산이라고도 불리는 천성산은 해발고도 812.7m의 제2봉과 고도 922.2m의 주봉이 북동-남서 방향으로 이어진다. 위쪽에 따로 계곡이나 숲이 없어서 강우와 지하수에 의해서만 수량이 공급되어 화엄늪이 유지되고 있다.
천성산 정상부에 내린 강우가 지하로 침투하여 흐르다가 절리를 따라 능선 부분에서 지하수의 용출로 형성된 소규모의 습지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화엄늪의 용천수와 이탄층은 습지 생물들의 산란처와 서식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억새와 진퍼리새 군락 사이에 식충식물인 끈끈이주걱과 물봉선, 고마리, 송이풀, 물이게, 물이끼, 비비추, 은난초, 다래, 꽃창포 등 다양한 습지성 식물들이 자라고 있는데,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식충식물이다.
일반적인 자연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는 곤충이 식물을 잡아먹지만, 식충식물은 곤충을 잡아먹곤 한다. 우리나라에는 끈끈이귀개과와 통발과에 속하는 12종의 식충식물이 있는데, 식충식물은 개체수가 적어서 멸종위기야생식물로 지정되어 있다. 식충식물인 끈끈이주걱을 비롯한 희귀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화엄늪은 생태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