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全州) 경기전(慶基殿)에 봉안되어 있는 태조(太祖)의 어진(御眞)을 안치한 당가(唐家)에 어진의 뒷배경으로 놓인 병풍에 그려진 「일월오봉도」이다.
이 그림은 1872년에 어진과 함께 제작되었다는 점이 문헌을 통해 확인되어 일월오봉도 중에서도 제작 시기 및 용도를 확인할 수 있는 특별한 작례(作例)라 할 수 있다.
전주 경기전은 임진왜란 때 파괴되었던 것을 1614년(광해군 6)에 새로 복원하였는데, 본 유물 또한 이때 조성된 것일 가능성이 있다.
'일월오봉도'란 말 그대로 해와 달, 다섯 개의 산봉우리를 그린 그림이다. 이 도상(圖象)은 통치자가 다스리는 삼라만상을 상징하며 일월은 음양(陰陽), 오봉은 오행(五行)을 표상한다. 이 그림은 조선 왕실에서 어좌(御座)의 뒤에 배설(排設)됨으로써 지존(至尊)을 상징하는 역할을 하였다.
현재 남아 있는 일월오봉도 중에는 제작 연대를 알 수 있는 작례가 거의 없는데, 본 유물은 사용처와 제작 연대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특수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아울러 병풍 구성도 일반적인 8폭이나 10폭이 아니라 흔치 않은 4폭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조선시대에 일월오봉도는 주로 각 궁궐 정전(正殿)의 어좌에 설치되었는데, 본 유물처럼 왕의 초상화를 모신 전주 경기전, 창덕궁 신선원전(新璿源殿)에도 설치되었다.
본 유물은 다른 일월오봉도에 비해서 수파(水波)의 묘사가 강조되어 있다. 분량 면에서도 수파가 화면 하단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파도의 묘사가 매우 도식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아울러 산봉우리에서 흘러나오는 폭포의 도상이 없는 것도 특이하다.
조선시대 일월오봉도는 국왕을 표상하는 이미지로서 중요한 기능을 하였다. 비록 도상의 문헌적 연원(淵源)은 중국의 『시경(詩經)』에서 찾을 수 있지만, 일월오봉도는 동아시아에서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발달한 화목(畵目)이라는 점에서 희소성이 있다.
아울러 본 유물은 그러한 일월오봉도 가운데에서도 조성 배경과 제작 연대가 분명한 사례라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2017년 3월 31일 전라북도 유형문화재(현,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