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교제사제작목록(釋敎諸師製作目錄)』 권3(『대일본불교전서』 불교서적목록 제2) 「화엄종 원효조(華嚴宗元曉條)」에 원효 저술로서 『화엄경입법계품초(華嚴經入法界品抄)』 2권이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비록 목록으로만 전하는 서적이지만 원효의 화엄 관련 저술 중 『화엄경』의 특정 품을 다룬 서적은 이 책이 유일하다.
『화엄경』 「입법계품」은 십주(十住)부터 십지(十地)까지의 보살 수행을 마치고 부처가 출현함을 보인 후 다시 선재동자라는 인물이 수행을 떠나 편력(遍歷)하고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보임으로써 성불이란 것이 어디에서건 열려 있으며 끊임없이 보살도를 걸음으로써 가능한 것임을 보여주는 품이다.
일찍이 지엄(智儼, 602∼668)도 『입법계품초(入法界品抄)』라는 저술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것이 『법계도기총수록(法界圖記叢髓錄)』에 인용되어 있으나, 원효의 저술이 이 책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원효의 무애행(無礙行)이 화엄의 정신을 표현하는 것이었고, 그것이 「입법계품」의 ‘세간적 선지식’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그가 『화엄경』의 이 품에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화엄경입법계품초』는 원효가 『화엄경』의 특정 품을 다룬 유일한 책인데, 이는 불교의 실천적 면모를 잘 드러내고 있는 「입법계품」이 세속에서의 실천을 강조한 원효의 종교적 지향과 통하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