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

목차
관련 정보
불교
개념
연기사상 또는 결과를 내는 원인[因]과 조건[緣]을 가리키는 불교용어.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인연은 연기사상 또는 결과를 내는 원인[因]과 조건[緣]을 가리킨다. 업과 윤회를 특징으로 삼는 인도에서 ‘인연’이라는 개념은 윤회의 주체를 ‘아(我)’가 아닌 연기적 존재라는 ‘무아(無我)’ 이론을 강조하였다. 이후 공사상이 한역 경전권에 널리 전파되면서 인연은 원인과 결과를 뜻하는 인과의 인으로 널리 알려졌다. 불교가 인도 문화권 밖으로 전파, 정착되면서도 인연은 불교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였다. 인과와 윤회사상의 일부가 된 인연이 한국인의 의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의
연기사상 또는 결과를 내는 원인[因]과 조건[緣]을 가리키는 불교용어.
개설

인연(因緣)의 산스끄리뜨어는 ‘헤뚜 쁘라띠아야(hetu pratyaya)’ 또는 ‘니다나(nidāna, 음역 尼陀那)’이다. 헤뚜 쁘라띠아야는 일반적으로 연기(緣起, pratītya samutpāda)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니다나의 경우 불교의 초기 경전을 12가지로 나눈 십이부경(十二部經) 또는 십이분교(十二分敎)의 여섯 번째인 연기 · 인연 등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인연이라 하면 전자를 가리킨다.

내용

연기와 같은 의미로 쓰이는 인연은 인과 연을 나누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경우에도 자주 쓰인다. 예를 들어 어떤 한 원인과 그것에 대한 조건을 뜻하는 경우, 씨앗이 싹을 틔울 때 그 씨앗을 인(因)으로, 그리고 햇빛 · 물 · 땅 · 온도 등의 조건을 연(緣)으로 본다. 이 때 인을 친인(親因) · 내인(內因) 등으로, 연은 소연(疎緣) · 외연(外緣) 등으로도 부른다. 이와 같은 설명은 『아함경(阿含經, Āgama)』과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Abhidharmakośa śāstra)』 등 초기 경론들에서부터 자주 등장한다.

또한 『아비달마구사론』에서 극도로 발달시킨 4종의 연(緣)의 첫 번째를 가리킬 때도 이 인연이 쓰인다. 이 사연(四緣)은 인연 · 연연(緣緣) · 차제연(次第緣)[또는 무등간연(等無間緣)] · 증상연(增上緣)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승 유부(有部)의 논서인 『아비달마발지론(阿毘達磨發智論, Abhidharma jñāna prasthāna)』과 『아비달마대비바사론(阿毘達磨大毘婆沙論, Abhidharma mahāvibhāṣā śāstra)』뿐만 아니라 대승 유식사상에서도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원인과 조건을 뜻하는 인연에 이은 연연은 능연(能緣)[인식주체의 마음(識)에 생기는 연]과 소연(所緣)[마음 밖의 인식대상] 두 가지를 가리키기 때문에 능연, 소연을 줄여 연연이라 부른다. 등무간연이라고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차제연은 오직 마음[識]에 그침 없이[無間] 작용하는 것으로 마음의 원인이 곧 결과가 되어 작용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와 같은 삼연들이 그 영향을 주고받는 경우에는 유력증상연(有力增上緣), 영향을 주고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무력증상연(無力增上緣)을 뜻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이 사연 속에 포함된다.

연기의 다른 이름인 인연과 사연의 첫 번째인 인연과의 가장 큰 차이는 전자는 주로 원인과 조건으로 형성되는 과(果), 즉 인과(因果)의 인으로 보는 것이지만 후자는 각각의 연을 나누어 이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로 상징되는 유식사상에서 마음의 작용까지 그 영역을 확충한 것에 있다.

반야부의 공사상을 발전시킨 중관사상의 창시자인 용수(龍樹, Nāgārjuna: 150~250)는 그의 대표저작인 『중론(中論)』, 「제26품. 십이연기(十二緣起)에 대한 고찰」에서 전자를 연기와 동일한 의미로 보고 옹호하지만 사연에 대해서는 비판적 자세를 견지했다.

구마라습(鳩摩羅什, Kumārajīva: 343~413)이 한역하면서 『중론(中論)』, 「제1 관인연품(觀因緣品)」이라고 산스끄리뜨어 원문 소제목의 ‘쁘라띠아야(pratyaya)’를 인연으로 옮겼으나 그 내용은 4종의 연에 대한 것으로 용수는 이것들을 시종일관 논파하고 있다.

이와 같은 4종의 연에 대한 계차가 아닌 연기, 십이연기와 같은 의미로 보는 인연은 이후 공사상이 한역 경전권에 널리 전파되면서 원인과 결과를 뜻하는 인과의 인으로 널리 알려졌다.

현황 및 의의

업과 윤회를 특징으로 삼는 인도의 문화적 풍토에서 출발했던 연기의 다른 말인 인연이라는 개념은 불교와 대치점에 있었던 브라흐만교와 그 뒤를 이은 힌두교에서 주장하는 윤회의 주체인 ‘아(我, ātman)’가 아닌 연기적인 존재라는 ‘무아(無我, anātman)’ 이론을 강조하면서 십이연기로 구체화되었고 윤회를 부정하는 인도의 유물론자인 순세외도(順世外道, Lokāyata 또는 Cārvāka)’와 명확한 대치점을 형성하면서 더욱 강조되었다.

이와 같은 교학적 측면을 토대로 이후 인도 불전 문학의 원형을 이루는 『본생담(本生譚, Jataka)』, 『불소행찬(佛所行讚, Buddhacarita)』,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Mahāvastu)』 등을 통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으며 불교가 인도 문화권 밖으로 전파, 정착되면서 불교와 인연은 떨래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게 되었다.

삼국시대 불교가 전래된 이후 전생에 지은 업으로 인해 금생의 어떤 인물로 태어났다는 인과와 윤회사상의 일부가 된 인연은 『삼국유사』에 두루 실려 있다. 예를 들어 제5권의 제9 「효선(孝善)」에 실린 ‘대성효이세부모(大城孝二世父母)’에서는 불국사의 창건주로 알려진 김대성이 전생에 무밭 세 개를 보시한 공덕으로 후생에 재상집에 태어난 인연이 소개되어 있다.

환생과 무관한 경우에도 이 인연은 한국인의 의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은 구비문학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예를 들어 공양미 3백석에 몸을 팔아 인당수에 뛰어들었으나 결국 눈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한 『심청전』에서처럼 일반 민중들의 도덕율을 형성하는데 일조하였으며 오늘날에도 “인연이 있다. 인연이 없다.”는 말을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쓸 정도로 한국어의 일부가 되었다.

참고문헌

『잡아함경(雜阿含經)』(고려대장경, K. 0650)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권오민 역주, 동국대학교 부설 동국역경원, 2002)
『중론(中論)』(용수, 김성철 역주, 경서원, 1993)
『삼국유사』(일연, 신태영 역, 한국인문고전연구소, 2012)
• 항목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거쳐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사실과 다른 내용, 주관적 서술 문제 등이 제기된 경우 사실 확인 및 보완 등을 위해 해당 항목 서비스가 임시 중단될 수 있습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공공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도에 따라 이용 가능합니다. 백과사전 내용 중 글을 인용하고자 할 때는
   '[출처: 항목명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같이 출처 표기를 하여야 합니다.
• 단, 미디어 자료는 자유 이용 가능한 자료에 개별적으로 공공누리 표시를 부착하고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신 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ID
저작권
촬영지
주제어
사진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