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묘유는 참된 공이 별도로 분리된 불변의 실체가 아니라 사물 그 자체의 존재 양상, 곧 다양한 인연의 조합인 연기(緣起)라는 불교 교리이다. 만물은 공(空)하기 때문에 고정 불변하는 실체가 없어서 다양한 생성과 변화가 가능하다. 만물과 공의 원리가 서로 장애함이 없는 관계로 존재할 때, 진공 그대로 묘유가 된다. 진공묘유에 따르면, 만물 자체에 공의 이치가 온전히 구현되어 있기 때문에 진정한 열반이란 이 세계의 현실 속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 이에 대승의 불교도들은 염세적이고 소극적인 세계관에서 보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세계관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불교의 근본 교리 가운데 하나인 공(空)은 이 세계의 만물에 고정 불변하는 실체가 없음을 표방하는 개념이다. 대승불교 중관학파의 용수(龍樹)는 초기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緣起)가 바로 공의 뜻임을 천명하였다. 연기는 이 세계의 만물이 다양한 인(因)과 연(緣)의 조합에 의해 생기하는 것이지, 고정 불변의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뜻한다.
이와 같은 공에 대해 예부터 몇 가지 잘못된 이해 방식이 있었는데, 중국 화엄종의 승려 법장(法藏: 643~712)은 『반야심경(般若心經)』의 주석서인 『반야바라밀다심경약소(般若波羅蜜多心經略疏)』에서 이를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첫째는 공이 사물과 다르다는 견해이다. 이는 공을 사물과 다르다고 보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물을 떠나 별도의 공을 구하는 것이다. 법장에 따르면, 이런 견해에 대처하기 위해 『반야심경』에서 ‘색이 공과 다르지 않다[色不異空]’라고 하였다.
둘째는 공이 사물을 소멸시킨 것이라는 견해이다. 이는 이 세계의 구체적인 사물을 소멸시킨 뒤 남는 빈 공간을 공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런 견해에 대처하기 위해 『반야심경』에서 ‘색이 곧 공이다[色卽是空]’라고 하였다.
셋째는 공을 어떤 특정한 사물로 여기는 견해이다. 이는 공을 이 세계의 다양한 사물들과 마찬가지로 있는 존재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런 견해에 대처하기 위해 『반야심경』에서 ‘공이 곧 색이다[空卽是色]’라고 하였다. 공에 대한 이런 잘못된 견해들을 타파하기 위해 불교도들은 진공(眞空), 곧 참된 공이란 이 세계의 사물 그 자체의 존재 양상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이 세계에 있는 만물의 관점에서 볼 때, 만물은 고정 불변의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생성과 변화가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만물이 공(空)하므로 비로소 생동감 있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 세계의 만물과 공의 원리가 서로 장애함이 없는 관계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파악할 때, 진공 그대로 묘유가 된다는 관점이 성립한다.
이는 우리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관점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부파불교 시기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와 같은 부파는 무상(無常)한 현실을 벗어나 무상하지 않은 열반의 세계에 도달하려는 사유 체계를 세웠다. 이에 따르면 열반은 무상한 현실과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진공묘유의 관점에 따르면, 진정한 열반이란 이 세계의 현실 속에서만이 실현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세계의 만물 자체에 공의 이치가 온전히 구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번뇌즉보리(煩惱卽菩提)’, ‘생사즉열반(生死卽涅槃)’과 같이 대승불교에서 제창된 내용 역시 이러한 진공묘유의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