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바른 길』은 저자가 신문과 잡지 등에 발표한 논문 가운데 한글 운동과 관련한 것을 모으고, 미발표 원고와 새로 집필한 원고(한글 운동의 유래)를 더하여서 편집한 것이다. 저자는 한글 운동이 ‘연구, 통일 사업, 보급 운동’으로 이루어진다는 관점에서 한글 운동의 역사와 내용을 서술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서술을 통해 조선어학회의 한글 운동이 역사적 정당성을 지닌 것임을 강조하였고, 조선어학회의 어문규범화 방안과 어문 연구 성과를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 한글 운동의 올바른 방향임을 논증하였다.
1책, 사륙판 192쪽, 1937년 조선어학회 발행. 1945년과 1948년에 정음사에서 다시 출판하였는데, 1945년 판에서는 초판에 나온 사진 일부를 뺐고, 1948년 판에서는 ‘한글날에 대하여’와 ‘붙임’ 부분을 뺐다.
『한글의 바른 길』은 한글 운동의 역사와 내용에 대해 논한 8편의 논문과 박승빈의 철자법을 비판한 〈붙임〉 1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붙임〉을 포함한 9편의 논문의 제목은 1) 한글 운동의 유래, 2) 문자와 문화, 3) 한글 운동의 본질과 그 발전, 4) 새 받침의 제문제의 해결, 5) 조선말본의 갈말[術語] 문제, 6) 한글 난해의 심리분석, 7) 조선어와 조선문학, 8) 한글날에 대하여, 9) 붙임: 박승빈님의 『기사법(記寫法)』은 과연 평이한 것인가? 등이다. 이 책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1)∼6)의 논문을 중심으로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한글 운동의 유래’에서는 이윤재의 견해에 따라 한글 운동의 역사적 발전을 4단계 즉 ‘창정기(創定期)로서의 정음 시대’, ‘침체기로서의 언문 시대’, ‘부흥기로서의 국문 시대’, ‘정리기로서의 한글 시대’로 나누어 시대별 성과를 서술하고 있다.
2), 3), 4), 6)의 논문은 어문규범의 통일이 필요한 이유와 그 통일의 방향을 논하고 있다. 4편의 논문 곳곳에는 『한글마춤법통일안』(1933)으로 어문규범을 통일하고 이를 보급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과 반대파의 주장이 지닌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3)의 논문 ‘한글 운동의 본질과 그 발전’은 이 책의 핵심 주장을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논문의 논지는 저자가 ‘한글 운동의 강령’으로 제시한 네 가지 사항에 압축되어 있다. 한글 운동의 네 가지 강령 즉 “첫째, 글은 그 고유한 소리값[音價]대로 읽자. 둘째, 말은 그 소리나는 대로 적자. 한 소리 한 글자 내기[一音一字主義]. 셋째, 낱말[單語]을 확립시키자. 넷째, 줄기[語幹]와 씨끝[語尾]을 확립시키자.”는 『한글마춤법통일안』(1933)의 원리인 형태주의 표기법을 어문생활에 뿌리내리자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5)의 논문은 문법 용어를 고유어로 해야 하는 이유를 논한 것인데, 저자는 고유어 문법 용어로 말본을 설명하는 것은 우리말 문법의 특성을 제대로 설명하기 위한 것이자 문화 운동의 한 방안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저자의 문법서 『우리말본』(1937)에서 취한 문법 용어의 의의를 설명한 것이기도 하다.
『한글의 바른 길』의 의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책의 출간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조선어학회 어문규범화 사업의 결정체인 『한글마춤법통일안』과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1936)이 나온 후, 그리고 우리말 문법을 집대성한 성과로 평가받는 저자의 문법서 『우리말본』이 나온 해에 출간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 책은 어문규범화 사업과 한글 연구의 역사적 전환기에 ‘조선어학회가 이룬 성과를 확산하고 심화하는 방향으로 한글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는 논리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