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2월 3일 미소 정상은 지중해의 몰타에서 회동하고 냉전의 종식을 선언하였다. H. 부시 미국 대통령은 ‘몰타 정신(the Malta Spirit)’에 따라 전 세계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폐기/철수한다고 선언하였다.
부시의 ‘전술핵폐기선언’은 한반도의 정세에도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1958년 처음 배치되어 33년간 군산공군기지의 F-16 항공기 등에 장착되어 있던 전술핵무기 전부(1991년 현재 100기)가 철수하게 된 것이었다. 부시의 ‘전술핵폐기선언’은 한반도에서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진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국제사회는 1991년 북한의 핵 의혹을 풀기 위해 북한 내 핵시설을 사찰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었다. 북한은 이에 대해 남한 내의 핵 철수, 팀스피리트 군사훈련 중단, 한반도비핵지대화 실시 등으로 맞섰다. 한국은 1991년 12월 18일 ‘핵 부재 선언’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전술핵폐기선언’이 이행되어 남한 내 배치된 전술핵무기는 없다고 발표하였다.
남북한은 1991년 12월 31일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 서명하였다. 1992년 1월 7일 한미 양국의 군사당국은 북한이 요구하던 팀스피리트 합동군사연습 중지를 공동으로 발표했고, 북한은 1992년 1월 31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안전조치협정을 체결하여 국제사회의 핵사찰 요구를 수용하였다.
남과 북은 1992년 2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제6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공식 발효시키고, 남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분, 사용을 하지 않고,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하며, 핵 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않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하여 상대측이 선정하고 쌍방이 합의하는 대상들에 대하여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가 규정하는 절차와 방법으로 사찰을 실시”하기로 합의하였다.
북한은 5월 최초보고서를 제출했고, IAEA는 6월부터 사찰에 들어갔다. IAEA는 사찰 과정에서 최초보고서와 사찰 결과 간의 중대한 불일치를 발견하고 북한이 신고하지 않은 두 곳의 시설을 핵폐기물 저장소로 의심하였다.
IAEA는 이 시설에 대한 접근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군사시설이라며 거부하였다. 이에 남한은 비핵화공동선언에 따라 북한에 대해 상호사찰을 요구했고, 거부할 경우 1993년 팀스피리트 훈련을 재개한다고 선언하였다. 북한은 1993년 3월 팀스피리트 훈련이 실제 재개되자, 전국에 ‘전시 준비태세’ 돌입 명령을 내리고 핵확산금지조약 탈퇴와 IAEA 안전조치협정 파기를 선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