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모양처는 개항기 일본으로부터 도입된 근대적 여성교육 이념으로 일제강점기 및 현대를 거치며 전통적으로 재구성된 여성상이다. 개항기 근대적 여성교육론의 토대로 주장됐다. ‘현명한 어머니와 어진 아내’를 의미하지만, 남성이 직업으로 국가 사회에 공헌한다면 여성은 가정 내에서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국가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임무라는 것이 중심 내용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성별 역할을 정당화시키는 핵심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 한때 전통적이고 유교적인 여성상으로 해석되기도 했으나 근대에 발명된 전통으로 재해석되었다.
‘현명한 어머니와 어진 아내’를 의미하는 ‘현모양처(賢母良妻)’는 한국에서 여성의 성별 역할을 핵심적으로 내재한 젠더론 · 여성론이다.
남성이 직업으로 국가 사회에 공헌한다면 여성은 가정 내에서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국가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임무라는 것이 중심 내용이다. 이는 실질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성별 역할을 정당화시키는 핵심적 기능을 수행해왔다.
‘현모양처’라는 여성상, 혹은 그러한 합성어는 조선시대까지 그 용례가 발견되지 않는다. ‘현모(賢母)’가 비슷한 어의로 사용되기는 했지만, ‘양처(良妻)’는 전혀 다른 의미였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양처는 천인 신분의 남자와 결혼한 양인 신분의 처를 의미했다.
현모양처라는 용어는 1906년 5월 양규의숙(良閨義塾) 설립 취지문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 이것은 문명개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함께 일본으로부터 도입된 근대적 여성교육론이었다. 도입 초기 현모양처는 근대적 여성교육의 수혜를 받은 새로운 여성상의 이미지가 강하였다.
이에 비해 1930년대 이후부터는 점차 현모양처에 전통의 색칠이 가해진다. 한편에서는 합리적으로 가정을 운영하는 근대적 주부인 동시에, 동양적 부덕을 갖춘 여성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동아시아 차원에서 진행된 서구적 근대성에 대한 비판과 그 결을 같이 한다.
특히 ‘신여성’ 및 ‘모던걸’이 서구적 퇴폐문화를 맹종하는 ‘나쁜 여성’으로 표상되면서, 그들과 대척을 이루는 현모양처는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의미화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신사임당은 현모양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여성이 되어간다.
현모양처 논의는 6 · 25전쟁 이후 국가 재건과 통합이라는 사회적 화두 속에 등장한 전통론과 함께 다시금 부활한다. 나아가 1960, 1970년대에는 근대화 · 산업화라는 국가적 대사업 아래 신사임당에 대한 기념 작업이 진행되면서, 현모양처=신사임당=전통적 여성상이라는 도식이 완성된다.
현모양처는 단순히 현명한 어머니와 어진 아내라는 어의적 의미만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일종의 성별역할 분담론으로서, 근대 국민국가를 기반으로 제2의 국민 생산 및 교육이라는 여성의 국가적 · 민족적 사명을 특징으로 하는 여성론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의는 여성이라는 성적 본질론에 입각하여 그 정당성을 확보하였다.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직분이라는 천직론(天職論) · 천분론(天分論)이 그것이다.
특히 여성이 자녀 교육자 및 남편 내조자로서의 역할을 잘하는, 이른바 현모양처가 되기 위해서는 무식해서는 안 되고 그 시대에 맞는 지식과 이해력을 겸비할 것이 요구되었다. 이것이 여성이 교육을 받아야만 하는 이유였고, 근대적 여성교육을 통해 재탄생한 여성이 바로 현모양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에서 현모양처는 근대적 여성교육기관이 설립되기 시작한 한말 및 식민지시기부터 줄곧 여성교육의 이념으로 기능하였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에서 사용된 이러한 여성상은 각국에서 근대적 여성 교육이 시작된 초기에는 현모양처, 양처현모, 현부양모 등의 용어가 혼용되었으나, 이후 한국에서는 현모양처, 일본은 양처현모, 중국은 현처양모라는 용어로 각각 정착되었다.
‘현모양처’ 여성론은 20세기 말부터 재해석되기 시작하였다. 이를 전통적이고 유교적인 여성상으로 보는 일반론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것이 근대적 여성교육론이자 동아시아 근대가 만들어낸 성별역할분담론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아울러 현모양처 이념은 근대성 비판과 전통론의 부활이라는 시대적 맥락 속에서 전통적 여상상으로 재구성되었다는 주장이다. 즉 근대에 발명된 전통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