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북도 영변 출생. 만주 안동현 고등여학교를 다녔다. 1936년 뒷날 영화감독이 된 최인규(崔寅奎)와 혼인하여 1남1녀를 두었다.
1937년 18세 때 안석영 감독의 「심청」으로 은막에 첫 선을 보인 이후 부잣집 머슴살이 노인과 그의 어린 딸의 기구한 삶을 그린 「도생록(圖生錄)」(1938)을 비롯하여 「무정」(1938)·「애련송(愛戀頌)」(1939)·「수선화」(1940)·「풍년가」(1942)·「조선해협」(1943)·「탁류」(1954)·「서울의 휴일」(1956)·「인생화보」(1957)·「나 혼자만이」(1958)·「꿈은 사라지고」(1959)·「칠공주」(1962)·「원죄」(1967)·「한네의 승천」(1977)·「꽃신」·「낙조」(1978)·「장마」(1979) 등에 출연하였다.
그는 부군인 최인규 감독이 6·25 전쟁 중 납북되기 전까지 「수업료」(1940)·「집 없는 천사」(1941)·「태양의 아이들」(1944)·「사랑의 맹세」·「신풍(神風)의 아들들」(이상 1945)·「독립전야」(1948) 등에 출연, 부부 영화인으로서의 건재를 과시하였다.
그의 연기는 초기에는 섬세한 감성과 미모로 심청의 이미지를 간직한 채 「도생록」·「무정」의 경우처럼 순애형의 여인상을 부각하는 데에 특색이 있었다면, 중기에 해당하는 1950년대엔 「탁류」·「인생화보」 등 주로 어진 아내역을, 후기에는 「낙조」·「뻐꾸기도 밤에 우는가」에 나타나고 있듯이 온화한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 일관성을 유지하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특히 분단이 가져온 이데올로기의 갈등과 가정의 반목을 다룬 「장마」에서는 한 집에 기거하는 두 사돈의 한 축인 친할머니 역을 의지의 모성애로 끌어올려 지금까지와는 다소 다른 공세적인 어머니의 얼굴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대표적인 연기로는 도회 부랑아들의 그늘진 삶과 애환을 담은 「집없는 천사」(최인규 감독)와 아들 내외를 미국으로 보내고 양로원에 들어온 노인과 어려운 가운데서도 새 삶을 이어나가는 「낙조」(이형표 감독)의 복례 할머니 역이 꼽힌다. 그는 뒤늦게 정진우 감독의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1980)로 대종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