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2.38m. 2019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현재 수종사 오층석탑(경기도 유형문화재, 1972년 지정)과 함께 대웅전 오른쪽 뜰에 자리하고 있는 이 부도는 팔각원당형(八角圓堂形)의 기본 구도를 이루고 있다.
4매의 네모난 판석으로 이루어진 지대석(地臺石) 위에 2층의 기단부(基壇部)와 원통형 탑신, 팔각지붕 모양의 옥개석(屋蓋石)과 상륜부(相輪部)까지 모두 갖추고 있어 완전한 모습이다.
지대석 각 면석에는 도드라진 구름무늬가 장식되어 있고, 기단부 중 하층기단은 각 측면 위와 아래 부분에 앙련(仰蓮)과 복련(覆蓮)을 돌리고 모서리마다 세 개의 연주문(連珠文)이 이어진 듯한 모양의 모서리기둥[隅柱]을 배치한 다음 각 면에 무늬를 새겨 놓아 매우 장식적이나 무늬는 마멸이 심하여 잘 식별되지 않는다.
하층기단에 비하여 다소 단순화된 상층 기단은 각 면을 상하 2단으로 나누어 네모꼴의 구획을 짓고, 그 안쪽에 구름무늬를 가득 새겨 꾸미고 있다. 위와 아래쪽을 약간 둥글게 다듬고 배부분을 조금 부르게 한 긴 원통형의 탑신석 표면에도 한 마리의 용과 함께 구름무늬를 도드라지게 가득 새겨넣어 기단부와 더불어 강한 꾸밈의도를 엿보여 준다.
추녀 끝이 곡선을 이루며 낙수면(落水面)의 경사가 완만하여 다소 둔중해 보이는 옥개석은, 추녀 끝부분에 15㎝ 정도의 넓은 경사면을 마련하고 지붕에 내림마루만을 나타내었을 뿐 아무런 꾸밈도 없이 단순하게 처리하였다. 부도 꼭대기의 상륜부는 단순하게 처리한 노반(露盤) 위에 타원형의 복발(覆鉢)과 앙 · 복련의 연꽃 장식을 한 보륜(寶輪) · 보주(寶珠)가 올려져 있다.
이 부도는 마모가 심한 편이어서 판독이 어렵기는 하지만 옥개석 추녀 끝면에 새겨져 있는 글의 내용(太宗太后貞□翁主舍利塔施主□□柳氏錦城大君正統己未十月日立 태종태후정□옹주사리탑시주□□유씨금성대군정통기미10월일입)으로 보아 1439년(세종 21)에 태종 태후가 발원하고 유씨와 금성대군(세종의 여섯째아들)이 시주자가 되어 조성한 ‘정□옹주’의 사리탑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를 1930년대에 판독하여 기록해 놓은 「봉선사본말사지(奉先寺本末寺誌)」의 기록(貞□翁主乃貞懿翁主 翁主早信佛敎 有舍利故 太宗太后爲翁主建浮屠而柳氏及錦城大君爲施主則寧有建浮屠於無寺空山之理哉)으로 보아 이 부도의 주인은 정□옹주, 즉 정의옹주로 추정된다.
1939년 중수할 당시 고려시대의 청자항아리 · 금동9층소탑 · 은제도금6각감이 발견되기도 했던 이 부도는 그 형태 및 세부의 장식 등이 인근 지역의 회암사지(檜巖寺址) 전무학대사부도(傳無學大師浮屠)와 유사점을 보여 주고 있어 조선 전기 석조미술의 양식적 특징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성 연대와 왕실 발원이라는 내용의 글까지 남아 있어서 조선 전기의 부도 연구에 귀중한 자료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