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 작. 면 바탕에 채색. 세로 208.5㎝, 가로 208.5㎝. 가로와 세로가 동일한 정사각형의 화면에 그려진 이 감로왕도는 1892년 봉은사 감로왕도와 같은 도상으로 그려졌지만 봉은사본에 비하여 세로 화면이 길게 늘어나 도상의 배치에 다소 변화가 보인다.
상단에는 정면을 향하여 합장한 7여래가 구름에 둘러싸인 채 상반신을 드러내고 있다. 왼쪽에는 아미타삼존 일행이 구름 속에 몸을 가린 채 내영하는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에는 지장보살과 인로왕보살이 구름을 타고 내영하고 있다.
봉은사본에서는 도명존자와 무독귀왕 등 지장삼존이 묘사되었지만 여기에서는 지장보살만이 표현되었다. 이들 뒤로는 명도가 높은 청색을 칠하여 하늘에서 내영하는 모습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칠불 아래 묘사된 제단은 삼신불번(三身佛幡)과 등, 모란꽃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었다. 그리고 태황제(太皇帝)·영친왕(英親王)·황태자(皇太子)·순비 전하(淳妃展下) 등의 이름이 적힌 위패가 놓여 있다. 제단의 주위에는 흰 천막을 치고 독경하는 스님들과 큰 북, 바라에 맞춰 승무를 추며 의식을 행하는 작법승들의 모습이 보인다.
제단 아래에는 재를 준비하기 위해 부지런히 공양구를 들고 제단을 향하여 나아가는 승려와 상주의 모습 등이 표현되었다. 그런데 세로로 긴 화면 때문인지 다른 작품들에 비하여 이 장면이 상당히 확대되었다.
아귀는 중단과 조금 떨어져 아래쪽에 큼직하게 그려졌으며, 구름에 둘러싸여 합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단의 장면은 황토색의 바탕 위에 청록 기법의 산악과 수목으로 장면을 구획한 후 다양한 모습들을 그려 넣었다.
전쟁 장면, 지옥에서 죄인들이 형벌을 받는 장면, 한복 입은 남녀들이 춤을 추거나 싸우는 장면, 음식을 가득 차려 놓고 무당이 굿하는 장면, 대장간에서 일하는 장면, 악사들의 반주에 맞춰 광대가 거꾸로 서는 묘기를 부리는 장면 등 19세기의 감로왕도와 도상들이 묘사되었다.
이 작품은 1892년 봉은사 감로왕도, 1898년 보광사 감로왕도 등 19세기 말 경기 지역 감로왕도의 도상을 그대로 차용하여 제작한 것이다. 제단 위 향로와 장막, 화병 받침의 문양에서는 섬세한 기법이 보인다. 하지만 명도 높은 청색의 빈번한 사용, 묘사력의 미숙함 등에서 형식화되고 도식화된 20세기 초 불화의 양식적 특징을 잘 보여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