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라북도 유형문화재(현, 전북특별자치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비단 바탕에 채색. 세로 218.3㎝, 가로 278㎝. 원광대학교박물관 소장. 건륭 29년인 1764년에 제작된 감로도로서, 치상(雉翔), 쾌인(快仁), 수오(守悟), 도균(道均), 쾌일(快日), 담혜(曇慧), 홍안(弘眼), 광헌(廣軒), 성찬(性贊), 낙보(樂宝), 낙선(樂禪), 보학(宝學), 능찬(能贊) 등 총 13명의 화승이 조성하였다. 원래는 족자 형태였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액자 상태로 장황되어 있다. 상단과 하단 일부가 손상되었으며 채색이 변색되었다.
그림의 구도는 크게 3단으로 나뉘어져 상단은 중앙에 7여래가 나란히 구름 위에 서 있으며, 7여래의 오른쪽에는 아미타삼존(아미타불, 관음보살, 대세지보살), 왼쪽에는 번을 든 인로보살과 정병을 든 관음보살, 합장한 지장보살(또는 나한)이 구름을 딛고 서 있다. 이들은 모두 구름을 타고 내영하는 모습인데, 날카로운 암산을 배경으로 하늘에서 지상을 향하여 내영하는 모습이 역동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여기에 표현된 아미타삼존의 내영장면은 일본 야쿠센지(藥仙寺) 소장 감로도(1589년, 일본 나라(奈良)국립박물관 보관)에서 처음 보이며, 이어서 안성 청룡사 감로도(1682년)에서도 볼 수 있어 조선 전기부터 이어져 온 도상임을 알 수 있다.
중단에는 시식대를 중심으로 영혼천도 의식을 행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제단 위에는 수많은 제기와 촛대, 꽃 등 공양물이 가지런히 놓여 있으며, 제단 주위로 손에 감로수를 들고 의식을 집전하는 승려와 합장한 아귀 1구, 천도법회에 참석한 상주들이 삼삼오오 모여 제단을 향해 합장하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여기에서 의식을 집전하는 승려는 죽은 어머니의 영혼을 위하여 성반(聖盤)을 올려 어머니를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였다는 목련존자(目連尊者)를 묘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식대의 좌우로는 왕후장상(王侯將相)과 일반서민들이 무리지어 모여 있다.
시식대 아래로는 일상생활과 아귀도(餓鬼道), 지옥도(地獄道)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고통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한 하단이 배치되어 있다. 상단의 존상에 비해 하단의 각 장면은 작게 표현하여 화면에 비교적 여백이 많다. 참혹한 전쟁의 참상을 비롯하여 유랑 예인들의 흥겨운 놀이판, 술 취해 싸우는 사람, 바둑 두는 모습, 칼을 쓴 죄인, 무너진 집 아래 깔린 사람, 호랑이에게 물린 사람, 물에 빠진 사람, 우물에 빠진 어린이, 스스로 목을 조르는 사람 등 환난 장면과 쟁기질, 모심기, 광주리를 머리에 인 여인 등 농촌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하단에는 특히 총을 쏘는 무리와 창으로 찌르는 무리, 활 쏘는 기마병, 목이 잘린 사람과 넘어진 말 등 전쟁장면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상당히 사실적이고 생동감 넘치게 묘사되어 있다. 이와 함께 화면 최하단의 농사장면은 당시 서민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묘사한 것으로, 그야말로 불화 속의 풍속화라고 할 수 있다. 각 장면마다 인물의 표정이 살아있고 인간, 우마(牛馬), 아귀, 옥졸 등 다양한 중생들의 사실적인 동작 묘사는 정밀하고 생동감에 차있어 실재감이 느껴진다.
채색은 황토색을 바탕색으로 하여 적색과 녹색, 하늘색, 검은색, 청색, 흰색 등을 사용하였다. 화면의 오른쪽은 채색이 선명하고 손상된 곳이 거의 없으나 왼쪽은 녹색안료가 부분적으로 검은색으로 변해 얼룩이 진 것처럼 보이는 등 훼손된 부분이 눈에 띄고, 채색도 박락되거나 퇴색된 부분이 많아 화면 좌우의 색감이 크게 대비된다. 필선은 철선을 사용하여 비수(肥瘦)가 드러나지는 않으나 유연하고 능숙한 필치와 뛰어난 인물 묘사력에서 화승들의 기량이 뛰어났음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화기가 일부 결손 되었지만 의성 대곡사에 봉안되었던 불화로 추정된다. 13명의 화승 가운데 쾌일(快日)을 제외한 12명은 1764년 수화승 치삭(雉朔)과 함께 경상북도 의성 대곡사 지장보살도 제작에 참여했던 화승들이다. 이 감로도의 수화승인 치상(雉翔)과 대곡사 지장보살도의 수화승인 치삭(雉朔)은 동일인으로 생각되므로, 이 감로도는 1764년에 지장보살도와 함께 조성되어 대곡사에 봉안되었던 불화로 추정된다.
1764년에 제작된 감로도로서, 짜임새 있는 구성, 능란한 필치, 밝고 선명한 채색 등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특히 하단의 전쟁장면의 사실성은 다른 감로도에서는 볼 수 없는 것으로, 조선 후기의 전쟁사 자료로도 중요하다. 그리고 화기의 대부분이 보전되어 있어 제작 연대와 봉안 장소, 그리고 제작자 등 제작에 관련된 주요 사항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