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베 바탕에 채색. 세로 158㎝, 가로 169㎝. 일본 야쿠센지[藥仙寺]에 있었으나 현재는 나라국립박물관(奈良國立博物館)에서 보관하고 있다. 1589년 이반례(李返禮) 등의 시주에 의해 백숭(白崇), 성휘(性輝) 등 화사(畫師)들이 제작하였다. 그림의 내용은 부처의 수제자인 목련존자(目連尊者)가, 아귀도(餓鬼道)에서 거꾸로 매달리는(倒懸) 고통에 빠져 있는 망모(亡母)를 그 수난으로부터 구한다는 『우란분경(盂蘭盆經)』의 내용을 도상화한 것이다.
화면 가운데 커다란 상에 성반(盛飯: 잘 차린 음식)을 차려 놓고 재를 올리는 광경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면이 묘사되고 있다. 성반 바로 위에는 서방극락의 주불인 아미타여래, 즉 감로왕과 두 보살 및 당번(幢幡)을 든 보살이 묘사되었다. 상부 왼쪽에 7불과 여러 속인 대중들, 오른쪽에는 북과 징을 치고 있는 승려들이 각각 배치되었다. 이 장면은 7월 15일 우란분재 의식 때 승도들이 도성에 들어와 거리에 당번을 세우고, 북과 바라(哱囉)를 두드리던 풍습이 있었다는 『세종실록』의 기록과도 일치한다.
그림의 아랫부분은 중앙에 아귀의 모습이 크게 그려져 있다. 오른쪽에는 지옥도(地獄道)의 모습이, 왼쪽에는 현세의 여러 상(相)이 묘사되어 있다. 그래서 마치 풍속도와 같은 느낌을 준다. 이들 주위의 여백과 각 장면 사이에는 구름과 암산을 표현하여, 극락 장엄과 아울러 각 장면을 구분하는 효과를 준다.
이 불화는 조선 후기 불화 양식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특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즉, 조선 후기의 감로왕도보다 은은한 색감과 부드러운 선묘, 각 부분 사이에 여유 있는 공간을 두어 화면을 넓게 사용하고 있는 점 등에서 한결 돋보인다. 지옥이나 현실 생활의 장면들도 보다 생동감이 있어 당시의 사회상을 살펴보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전하고 있는 감로왕도 중 가장 이른 시기의 것이다. 이후 다수 조성되는 감로왕도의 양식적 근거를 제공해 준다는 면에서도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