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우주관에서 볼 때 세계의 중심에 있는 수미산(須彌山)의 꼭대기에 있다. 모양은 사각형을 이루고 네 모서리에는 각각 봉우리가 있으며, 중앙에는 선견천(善見天)이라는 궁전이 있다. 선견천 안에는 제석천(帝釋天)이 머무르면서 사방 32성의 신(神)들을 지배한다.
사방 8성씩의 32성에 선견천을 더한 이 천상계(天上界)를 33천이라고도 하는데, 33천을 도리천이라고 하는 까닭은 33을 인도말로 음역하였기 때문이다. 이 33천은 한 달 중 6재일(六齋日)마다 성 밖에 있는 선법당(善法堂)에 모여서 법(法)에 맞고, 법 답지 않은 일을 평론하게 된다.
이 때 지상에 있는 중생들의 선행과 악행을 다루게 된다 하여, 신라시대 이후 불교신도들은 6재일에 계율을 청정하게 하고 1일1식을 지키고 있다. 이곳의 신들은 남녀의 구별이 있고 음욕을 끊지 못한 상태이지만 음욕이 오래 계속되지는 않으며, 번뇌도 인간들처럼 복잡하고 심각하지 않은 것이 특색이다.
수명은 1천 세이고 이 하늘의 하루 낮 하루 밤은 인간의 백 년에 해당되며, 처음 태어난 아기는 인간의 6세 된 아이와 같으며 저절로 의복이 입혀진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 이 땅에 도리천이 있음을 밝힌 최초의 인물은 신라의 선덕여왕이다. 선덕여왕은 병이 없을 때 신하들에게 “내가 어느 해, 어느 달, 어느 날에 죽을 것이니, 나를 도리천에 묻어 달라.”고 하였다. 그곳을 알지 못한 신하들이 어디인지를 묻자 ‘낭산(狼山)의 남쪽 봉우리’라고 하였다. 선덕여왕이 죽자 그곳에 장사 지냈는데, 즉위 10여 년이 지나자 문무왕이 사천왕사(四天王寺)를 왕릉 남쪽에 창건하였으므로 선덕여왕의 영성(靈聖)에 탄복하였다고 한다.
즉, 신라인들은 당시 도읍의 중심지였던 낭산을 세계의 중심인 수미산으로 변화시켜서 신라의 서라벌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신념을 가지게 한 것이다. 또, 경주의 금강산 백률사(柏栗寺)에는 영험 있는 대비상(大悲像)이 있었는데, 이 부처님이 도리천에 올라갔다가 법당에 들어갈 때 남겼다는 발자국이 법당 앞의 돌 위에 남아 있다고 한다. 신라의 보천(寶川)이 오대산 신성굴(神聖窟)에서 수도할 때는 도리천의 신들이 하루에 세번씩 설법을 듣기 위해서 왔다고 한다.
특히, 도리천의 왕인 제석천은 원래 고대 인도의 천신 중에서 가장 강력한 신으로 등장하였던 인드라신(Indra神)으로서, 부처의 감화를 입어 정법(正法)을 수호하고 부처와 그 제자를 옹호하는 강력한 존재로 성격이 변화되었으며, 현실세계인 사바세계를 다스리는 천왕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려시대 일연(一然)과 이승휴(李承休)는 단군신화에 나오는 환인(桓因)을 제석천이라고 주장하였는데, 이는 불경을 한역할 때 인도 고대 신화에서 강력한 군신(軍神)이요, 주재신(主宰神)이며, 동방의 수호자인 인드라신을 석제환인타라(釋帝桓因陀羅)로 표기하였고, 줄여서 제석천이라고 한 데서 기인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