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설화」는 병을 고치는 데에 비범한 능력을 지닌 의원에 관한 설화이다. 비범한 치료 능력을 습득하게 된 사연이나 병을 고치는 과정 및 결과에 관한 이야기로, 이를 통해 의원과 병, 치료에 대한 인식을 보여 주고 있다. 구전되는 자료에서는 조선 후기 유이태, 허준, 이경하, 진국태 등 대표적인 명의들이 등장하며 이들이 명의가 된 내력과 활약상을 이야기하고 있고, 문헌 설화에서는 왕의 병을 고친 이야기나 당대 여러 의원들의 일화를 삽화적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유형화되어 전승되는 명의 이야기는 명의가 된 과정, 특이한 치료 과정, 명의와 효에 관한 내용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명의는 우연에 의해 명의로 인정받거나 특별한 과정을 거쳐 능력을 획득하기도 한다. 우연에 의한 명의 이야기는 가난한 선비가 집을 나서 떠돌아다니다가 중병에 걸린 환자를 우연히 고치게 되어 보상도 받고 명의로 인정받는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허준, 유이태, 진국태와 같은 명의는 초월적인 능력을 획득하게 된 과정이 언급된다. 진국태는 서당을 다니다가 여우가 변신한 여인이 지닌 구슬을 삼키게 되어 인간의 일에 통달하게 된다. 허준은 10년의 수련 기간을 실수나 시험에 빠져 채우지 못했다거나, 중국의 천자를 치료하러 가던 중 호랑이를 치료해 주어 회혼포(廻魂布), 황금침, 연적 등 신이한 물건을 받게 되지만 무지하여 회혼포를 버리기도 한다.
명의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주변의 사물을 활용한다. 명의는 난산하는 여인을 위해 문풍지, 장기 알, 이슬, 풀 등을 치료약으로 제시해 주는데, 이를 아무 때나 따라하던 사람이 실패하는 사례도 덧붙인다. 새벽녘에 여인이 난산으로 고생할 때에 문풍지를 살라 먹이라는 처방은 새벽에 문을 열어 문풍지가 출산길을 열게 한다는 의미였다면, 저녁에 이와 같은 처방을 쓰면 문을 닫으므로 실패한다는 것이다.
명의는 병의 원인과 처방을 일반인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데에서 찾고 해결해 주기도 한다. 과부의 병이나 삼대 과부집의 독자가 걸린 병을 사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고, 상부살(喪夫煞)로 남편이 아픈 여인이 강간을 당하자 그 남자에게 살이 옮겨가 남편이 소생하게 되었음을 일러 주기도 한다. 또한 신분이 높은 인물의 화를 돋우어 살이 빳빳해지게 한 후 생선 가시를 빼기도 한다.
때로 병을 고치는 데에 일반적인 약이 아니라 구하기 어려운 영약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천년두골 쌍용수」는 명의가 모친의 병을 낫게 할 약을 알고 있지만 세상에서 구할 길이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동생이 아픈 어머니를 업고 팔도 유람을 시켜드리다가 우연히 영약(靈藥)을 구해 병을 낫게 했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명의를 만나지 못해 그의 이름을 써서 약으로 대신 끓이다가 진짜 명의를 만난 이야기나, 간이 떨어진 사람을 명의가 잠시 침으로 간을 고정해 살렸으나 다시 침을 빼자 죽은 이야기도 있다.
「명의설화」는 현실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려는 희망을 담고 있다. 명의의 수련 과정에 등장하는 여우 구슬이나 산신령, 호랑이 등 초월적 힘의 개입은 명의의 능력에 대한 민간의 숭앙심(崇仰心)을 반영한 것이다. 그 비범한 능력은 인간 능력에 대한 한계와 낙관적인 신뢰를 동시에 내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명의는 일상적인 사고와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 열린 시선으로 인간의 문제를 응시하는 존재들이다. 명의들은 환자의 삶을 종합적으로 살피면서 생활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일상적인 사물을 처방하여 병을 치료할 수 있도록 한다. 가난한 백성들도 의술의 혜택을 받도록 보살피는 의원이야말로 진정한 명의라는 것이다. 절박한 환자들의 사정을 외면하지 않은 명의의 태도에서 의원과 의술에 대한 민중들의 윤리적 가치관을 알 수 있다. 또한 명의의 뛰어난 지식보다 효성스러운 자식의 현실적인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평한 데에서 설화가 지향한 바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