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 설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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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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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의 명의 허준에 관한 인물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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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조선 중기의 명의 허준에 관한 인물 설화.
내용

명의가 되기까지의 수련 과정과 허준이 발휘했다는 의술을 통해 그의 의학 체계를 보여주고 있다. 문헌과 구전을 통해 전해진다.

허준(許浚 1539~1615)에 관한 기록이 실려 있는 문헌으로는 이희령(李希齡)의 『악파만록(樂坡漫錄)』과 유재건(劉在建)의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을 들 수 있다. 『악파만록』에 실려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허준이 명의로 이름을 얻기 전 약을 찾으려고 사신 일행과 함께 중국의 무려산에 도착했는데, 길가에 한 무리의 코끼리 떼가 있다가 한 놈이 허준의 말 앞으로 나와 가로막으며 옷을 끌었다.

그가 말에서 내리니 코끼리가 엎드려 절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함께 가자는 듯하므로 그가 응낙하자 그를 태우고 깊은 산 속의 굴로 달려갔다. 굴 안에 세 마리의 코끼리 새끼들이 피를 흘리고 누워 있으므로 허준이 약을 내어 치료했다.

새끼들이 낫자 어미가 다시 그를 태워 옥하관에 내려 놓고 가 다시 사신들과 합류하게 되었다. 일의 자초지종을 듣고 난 일행이 모두 경탄하였고 이로 인해 허준은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후일 내의에 오르게 되고 임진왜란 때 호성공신으로 양평군에 봉해졌다.

이에 비해 『이향견문록』에 실린 허준 관계 기록은 간단한 사실만을 전하고 있어 설화로 보기 어렵다. 19세기의 『이향견문록』에 비해 18세기에 저술된 『악파만록』의 각편이 풍부한 서사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은 허준에 관한 설화들이 허준 당대 또는 그의 사후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전해지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짐작하게 한다.

구전되고 있는 설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허준이 젊어서 이인을 만나 의술을 배웠다. 10년을 약조하고 공부를 하던 중 스승이 없는 사이 함부로 과부 아들의 병을 고쳐주었다가 8년 만에 쫓겨갔다.

그 뒤 의술로 명성을 쌓아 중국 천자 딸의 병을 고쳐 달라고 초빙되어 가는 길에, 호랑이 입에서 비녀를 꺼내주고 절구와 쇠, 더러운 베를 얻었으나 베가 죽은 이를 살리는 회혼포(廻魂布)인 줄 몰라보고 버렸다.

그는 환자의 병을 사맥(蛇脈)으로 진단했으나 고칠 방도를 몰라 말미를 얻어 고민하던 중 어떤 이인이 나타나 그것이 용맥이며 절구와 쇠로 고칠 수 있음을 알려주어 치료해 주었다.

귀국한 후 다시 중국으로 불려가 큰 구렁이로 변한 천자 딸을 고쳐 달라는 부탁을 받았으나 역시 방도를 몰라 죽을 고민을 하고 있는데, 스승이 나타나 처방을 알려주어 원래의 몸으로 돌아오게 하였다. 큰 명성을 얻고 높은 벼슬을 받은 뒤 귀국하였다.

구전설화에서는 각편에 따라 약간의 변화가 있으나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의술을 배우는 과정에서 불완전성이 암시되고(10년 수학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함), 중국행의 동기가 천자의 가족(딸 또는 부인)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고, 그들의 증상이 용종잉태 또는 뱀으로 변해 있는 등 뱀과 연관되어 있으며, 이인의 도움으로 치료 방도를 얻고 명성을 얻었다는 것이다.

구전과 문헌 소재 자료의 유사점은 그가 명의로서 자리를 굳히게 되는 계기가 중국행이라는 점, 특히 특정 동물을 치료해 준 것이 명성을 얻게 된 계기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구전설화에 비해 문헌설화의 내용은 소략한 편이다. 이같은 문헌 소재 설화와 구전설화 사이의 공백을 메꾸어 줄 수 있는 자료로서 허준의 스승인 양예수(楊禮壽)에 관한 문헌설화를 들 수 있다.

문헌 소재 양예수 설화 중 구전되는 「허준설화」와 상통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이향견문록』에서는 양예수가 사신을 따라 중국에 갔을 때 범의 새끼를 고쳐 주고 주천석(酒泉石)을 선물로 받았다는 부분, 유만주(兪晩柱)의 『흠영(欽英)』에서는 그가 치료했던 재상집 딸 병의 원인이 지렁이에게 감통하여 잉태했기 때문이었다는 부분 등을 지적할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여 볼 때, 구전설화에 나타나는 허준이 중국에 간 이유, 범을 고쳐 주고 받은 보배, 환자와 이물(異物)과의 관계 등은 민간에 구전되는 과정에서 양예수보다 유명했던 허준의 일화들로 결집되어 전승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설화 통합은 사제 관계였던 허준과 양예수의 의술적 계승관계를 바라보는 민간적 시선을 함축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전되고 있는 수많은 명의 관계 설화 중에서 허준의 경우에만 중국행이 나타난다는 사실도 그의 의술 체계에 대한 민간적 이해 방향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왕진가던 길에 신이한 의료기를 획득했고, 그것이 그의 의술 발전에 결정적인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점은 민간에서 이해하고 있는 허준의 의술과 사상적 배경의 내용에 대해 시사하는 바 크다.

그는 향약을 집성하여 우리 나름의 의학 체계를 수립한 인물이다. 중국행과 관련된 이야기 내용들은 그가 중국의 의술을 정리하여 한국적 처방을 확립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참고문헌

『악파만록(樂坡漫錄)』
『흠영(欽英)』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
『한국구비문학대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80∼1989)
「명의담에 나타난 인간및 세계인식」(강진옥, 『민속어문논총』, 계명대출판부,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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